▒ Business Knowledge is Power

엔터테인먼트 지향적인 스포츠 클럽들의 놀라운 마케팅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복잡해질수록 스포츠는 인기를 끈다. 스포츠를 하면 현실에서 도피할 수 있고 맘껏 몰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직접 하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 쾌감을 느낀다. 경기장에 직접 가거나 TV를 통해 스포츠 경기를 보면 대리만족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적인 속성이 매우 많다.

따라서 스포츠 클럽은 고객이 즐거워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스포츠 구단들은 이를 충분히 알고 있지 않는 듯 하다. 알더라도 이를 제대로 실행하고 있지 못하다. 미국의 프로농구 클럽인 댈러스 매버릭스와 영국의 프로축구 클럽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고객 지향적 마케팅, 그로 인한 균형잡힌 사업 모델을 보면 많은 시사점을 배울 수 있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괴짜 마케팅

존 에프 케네디 대통령이 암살 당한 곳으로 유명한 미국의 댈러스에는 텍사스 레인저스 야구 클럽과 댈러스 매버릭스(Dallas Mavericks) 농구 클럽이 위치해 있다. 매버릭스는 1990년대 9시즌 동안 승률 0.281을 기록하며 지역 언론에서 조차 무시 받던 스포츠 팀이었다. 하지만 작년에 <포브스>지가 발표한 NBA 팀 랭킹에 따르면, 매버릭스는 LA 레이커스, 뉴욕 닉스, 시카고 불스에 이어 4위에 랭크되어 있다. 2002-2003 시즌에는 60승 22패를 기록하며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함께 정규리그 최고의 승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매버릭스의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는 괴짜 구단주 마크 큐반(Mark Cuban)의 경영 철학과 성공적인 마케팅 전략이 있었다. 2000-2001 시즌 중반인 2000년 1월 매버릭스를 인수한 큐반은 성적이 저조한 구단을 인수한 대부분의 신임 구단주처럼 직원들을 대량 해고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매버릭스의 회생은 영업력과 마케팅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영업직원과 티켓판매 직원을 더 채용하였으며, 기존의 스포츠 팀과는 판이하게 다른 마케팅을 구사하기 위해 펩시콜라에서 마케팅 책임자를 영입하였다.

마크 큐반은 매버릭스 농구팀이 팬들에게 즐거움을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는 LA 레이커스나, 샌안토니오 스퍼스를 매버릭스의 경쟁상대로 보지 않았다. 그는 스포츠를 영화나 쇼핑과 경쟁하는 오락, 문화 서비스로 아예 정의했다. 매버릭스는 우선 온몸이나 얼굴 등에 팀 로고를 새긴 열광적인 스포츠 팬들은 모두 무료로 입장시켰다. 또한 매버릭스가 100점 이상의 득점을 올릴 때마다 모든 관객들에게 패스트 푸드를 공짜로 나누어 주었다. 경기가 끝난 후 홈구장에서는 때때로 락 콘서트가 벌어지곤 했다.

매버릭스는 또한 선수들을 적극 홍보했다. 매버릭스는 대표적인 농구잡지인 ‘슬램’지에 매주 매버릭스 선수들의 기사가 실리도록 계약하였다. 선수들이 이를 싫어할 리 만무하다. 그 결과 큐반이 인수할 당시인 1999-2000 시즌에는 올스타 선수를 한명도 보유하지 못했지만, 2003-2004 시즌인 올해 매버릭스는 마이클 핀리 뿐 아니라, 노비츠키, 내쉬 등 3명의 올스타 출전 선수를 배출하는 올스타 팀으로 재탄생했다.

스포팅뉴스는 2003년 최고의 스포츠 도시로서 농구(NBA)에서는 댈러스를 뽑았다. 1990년대에는 절반도 채우지 못하던 관중 수는 지난 시즌에는 전회 매진되었으며, 매출도 2배 이상 늘었다. 댈러스 매버릭스의 이렇게 성공적으로 변화 할 수 있었던 것은 ‘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 즉 오락’이라는 명제 하에 구단주 이하 모든 직원들이 ‘마케터’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기 때문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튼튼한 사업 모델

외국의 스포츠클럽은 대단한 매출을 올릴 뿐 아니라 수익성이 좋아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축구클럽중에는 이탈리아의 유벤투스, 스코틀랜드의 레인저스, 잉글랜드의 아스날, 이탈리아의 라지오 로마 등은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시가총액이 1억 달러를 상회한다. 그런데 영국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시가총액은 이를 훨씬 능가하는 약4억6,600만 달러에 이른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앞으로 맨유(ManU)로 통일)의 매출액은 입장권 판매와 방송중계권료, 맨유 브랜드가 찍힌 각종 상품 판매, 나이키 등의 후원료 등으로 이뤄져 있다. 그 비중을 살펴보면 입장권이 38 %, TV방영권이 35%, 스폰서 수익 18%, 기타 부수입이 8% 정도이다. 이를 좀더 자세히 보자.

유럽에서는 축구 인기가 높으니 프로축구단의 수입이 늘고, 프로축구단은 이 수입으로 좋은 선수들을 육성하고 스카우트하며 경기장의 선진화에 투자하니 축구 인기가 계속 올라가는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이런 선순환의 시발점은 프로축구를 재미있게 만드는 좋은 경기, 그리고 좋은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드는 스타급 선수들의 존재이다. 맨유 역시 전체 매출액의 35% 가량을 선수들의 연봉에 지급할 정도로 우수 선수 유치에 노력하고 있다. 맨유는 선수 유치외에 어떻게 축구클럽을 운영하고 있을까.

6만7,700 명의 수용능력을 자랑하는 올드 트래포드 스타디움은 시즌 평균 관중수 6만7,500명이 말해주듯이 매경기때마다 많은 관중이 찾아와 구장을 빈틈없이 메운다. 특히 맨유는 구장을 테마파크화하여 경기장을 단순히 축구라는 경기를 하기 위한 공간에서 벗어나게 했다. 스타디움 안에는 맨유 클럽의 축구박물관, 레드 카페(Red Café), 메가스토어(Megastore) 등이 위치하여 축구 및 맨유 구단의 모든 관련 상품들을 구입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구단의 공식샵인 메가스토어는 구장 뿐 아니라 연고도시 시내에서도 운영되고 있는데 연간 3천만 파운드의 매상을 올리고 있다.

레드카페는 경기가 없는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고 회원에 한해 레스토랑에서 결혼식 등 행사를 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또한 축구박물관에서는 맨유를 거쳐간 역대 선수들과 관련된 내용을 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각종 게임시설을 갖추어서 아이들이 경기 보는 것 이외에도 뛰어 놀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맨유는 축구단의 로고가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생활 용품들을 진열장에 전시해놓았다. 예를 들어 침구 세트에서 필기 용구 연필, 볼펜, 지우개 등등. 또 최근에는 구단의 로고가 붙은 신용카드 발행, 구단회원에 대한 보험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 팬들을 대상으로 많은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마스코트인 ‘프레드 더 레드’라는 귀여운 캐릭터도 만들었다.

맨유는 축구 클럽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자체 방송국 MUTV를 개국했다. MUTV에서는 경기 일정, 새로 나온 상품의 소개, 선수들의 소식 등의 여러 분야를 방송하는데 단지 팀만의 내용이 아닌 축구전용 채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팬들은 구단과 긴말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평소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도 이 채널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

누가 뭐래도 스포츠의 핵심은 엔터테인먼트에 있다. 관객을 충분히 즐겁게 해주면 그 스포츠 구단의 재정은 튼튼해질 수밖에 없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스포츠 구단의 사업 모델이 적절치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등 여러 분야에서 구단이 많지만 흑자를 내는 구단이 거의 없다. 모두 모기업의 지원으로 근근히 살림을 꾸려 나간다. 위에서 언급한 댈러스 매버릭스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고객 지향적 마케팅과 균형잡힌 비즈니스 모델을 열심히 벤치마킹 해야할 시점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 이글은 현대기아자동차의 사보인 [모터스라인] 2004년 6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