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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포드 대학 서점의 많은 창의성 책들

필자는 1년반 전에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실리콘밸리 지역인 팔로알토에 간 적이 있었다. 그곳에 간 이유는 그당시 국내에 갓 번역된 창의성 관련 책인 [Creative Thinking]의 저자 로저 본 외흐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이 저자의 책은 이미 많은 나라에서 자신의 책이 번역되었고, 나를 만났을 바로 그당시에 이스라엘에서 번역이 되었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자신의 책이 번역된 사실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분은 기업체에 가서 직원들의 창의성을 일깨워주기 위해 강의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런데 외국에 가서 강의를 해보았는데 그 효과가 적어서 이제는 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그 이유는 통역을 통해 강의를 하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창의성 분야이니 더욱 그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창의성과 관련된 다른 좋은 책들을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랬더니 우리가 만나서 이야기하고 있던 스탠포드 대학의 구내 서점에 가면 많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서점 서가의 상당 부분이 창의성 관련 책으로 도배가 되어있는 것이 아닌가. 그당시 우리나라에는 창의성 관련 책이 많이 없었을 당시여서 매우 놀랐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도 창의성의 중요성을 많이 절감하고 이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게 되어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왜 요즘 사람들과 기업들은 호들갑을 떨며 상상력과 창의성에 대해 관심을 많이 보이는 것일까. 단순히 자본과 노동자의 일하는 시간만을 투입해서는 부가가치 증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언뜻 생각하기에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것들을 서로 연결시켜 새로운 발명이나 프로세스 개선 그리고 튀는 마케팅 아이디어가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월마트의 문파이 먹기 대회 아이디어

월마트의 경우를 한번 보자. 알라배마주에 있는 한 월마트 매장 직원이 문파이(Moon Pies)라고 불리우는 매쉬맬로우 샌드위치를 지나치게 많이 주문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러자 그 매장 지점장은 이 직원에게 그 많은 매쉬맬로우를 처치할 수 있는 방법을 온갖 상상력을 동원하여 찾아보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이 직원에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것은 세계 최초로 ‘문파이 먹기 대회’(World Championship Moon Pie Eating Contest)를 개최하는 것이었다. 이 대회는 알라배마 매장 야외 주차장에서 개최되어 대 성공을 거두었다. 그리하여 이제는 연례행사화 되었는데, 해마다 앨라배마주 각지에서 뿐만 아니라 주변에 있는 주에서도 이 행사를 보기 위해 일부러 많은 사람들이 오고 있다.

국내의 어느 휴대폰 회사의 예를 들어보자. 휴대폰의 기능은 나라에 따라 엇비슷하다. 그런데 약간의 부가 기능이 크게 중요할 때가 있다. 이슬람권의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하루에 적어도 한번씩 메카가 있는 쪽을 향하여 절을 한다. 그런데 메카 지역에서 살지 않는 사람들은 메카가 대충 어느쪽에 있는지 가늠을 하고 그쪽을 향하여 절을 한다. 그런데 어느 휴대폰 회사가 메카가 정확히 어느 지역에 있는지 알 수 있는 기능을 휴대폰에 달아 판매를 했다. 인기가 폭발했음은 물론이다.

이처럼 창의성은 꼭 큰 데서 나오는 것만은 아니다. 우리의 발상 전환이 매출 증대에 극적으로 기여한다.

창의적 계층 없이는 도시 활성화 없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19세기 후반에는 공장노동자 계층이, 20세기 초반, 중반에는 회사원 계층이 영향력 있는 계층이었다. 우리나라로 보면 1960~70년대에는 공장노동자가 80~90년대에는 회사원이 주력 계층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그리고 앞으로는 어떤 계층이 가장 영향력이 있을까?

창의적인 계층이다. 창의적 계층이라 하면, 단순히 지식계층이나 과학자, 엔지니어, IT 사업가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예술가, 엔터테이너, 문화관련 종사자들도 모두 포함된다. 왜냐하면 창의성은 기술적 창의성, 그리고 신사업을 일으키는 경제적 창의성은 물론, 문화적 창의성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창의성을 경제와 연관시키는 직업에 종사하는 노동력 계층이 바로 창의적 게층이다.

지역경제발전을 전공으로 하고 있는 카네기 멜론 대학의 리처드 플로리다 교수는 [The Rise of the Creative Class]이란 책에서 도시 경제 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창의적인 계층 사람들을 얼마나 유치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면 미국에서는 어떤 도시가 창의적인 사람들을 많이 유치하고 있을까? 그에 의하면 1위는 샌프란시스코, 2위는 오스틴, 그리고 샌디에고, 보스턴, 시애틀 순이다. 그리고 뉴욕은 8위에 랭크되어있다.

이렇게 창의성에서 선도적인 도시가 되려면 3T가 필요하다. 우선 기술(Technology), 재능(Talent), 그리고 톨레랑스(Tolerance)다. 기술과 재능은 당연히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왜 관용에 해당되는 톨레랑스가 필요한 것일까?

앞서 말한 리처드 플로리다는 미국 대학 졸업반과 MBA 2년차 졸업반 학생들에게 앙케이트 조사를 했다. 직장 주거지를 선택할 때 무엇을 중요시하는가? 제일 많이 나온 대답은 바로 ‘다양성을 존중하는 곳’이었다. 창의적인 계층의 사람들에게는 돈도 중요하지만 동기부여가 매우 중요하다.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만 많은 그런 도시보다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활기찬 도시를 원한다는 것이다. 창의성이란 바로 그런 곳에서 생겨나기 때문이다.

창의적인 계층이 가장 많이 있다는 샌프란시스코에는 동성연애자들이 많다. 동성연애자들이 이 도시에 많이 몰려드는 이유는 이 도시가 자신들에게 가장 많은 관용과 자유를 베풀어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도시에 가장 창의적인 계층이 많이 사는지 조사해보면 재미있는 통계가 나올 것 같다.

파리 세느 강변의 도로 옆에 모래사장 아이디어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시는 여름철에 휴가를 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세느 강변의 도로 옆에 모래사장을 만들었다. 파리 플라쥬(Paris Plage)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들은 여기에 비치 파라솔을 가져다 놓고 일광욕을 즐긴다. 물론 파리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은 것은 물론이다. 도시의 활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우리나라의 행정공무원들도 이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창의적인 제안을 제안하고 수렴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최근 신행정수도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따분한 행정수도는 실패했다는 것은 이미 입증되었다. 따라서 위치 선정도 중요하지만 새롭게 만드는 행정도시가 따분한 도시가 되지 않으려면 창조적 계층을 끌어들이는 방안을 미리미리 생각해두어야 할 것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 이글은 모터스라인 (2004년 8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