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Knowledge is Power

충남 태안반도 끝자락에 보면 백리포, 천리포, 만리포가 있다. 물론 정확히 백리, 천리, 만리 길이의 해변은 아니지만 시원시원한 모래사장이 이어져있다. 이중에 만리포 해변이 가장 길고 멋있지만 그 인근에 천리포 해변이 있고 바로 부근에 천리포 수목원이 붙어있다.

천리포 수목원은 한국인으로 1979년에 귀화한 민병갈(미국 이름은 Carl Ferris Miller)씨가 1962년에 인근 토지를 매입한 후 나무를 심게되면서 시작되었다. 평소 만리포 해변을 좋아했던 민병갈씨가 1962년 해변을 걷다가 그 지역의 한 노인이 다가와 시집가는 딸의 혼수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땅을 사달라는 끈질긴 요청을 이기지 못하고 그 땅을 구입하게 된 것이다. 땅을 외국인에게 팔았다는 소문이 나자 그지역의 다른 주민들이 자신의 땅도 사달라고 요청하면서 민병갈씨가 땅을 추가 구입하게 된 것이다.

그후 땅을 유휴지로 놔두다가 1970년부터 해안별장을 지으면서 현지에 적응 가능한 식물들을 지속적으로 수집하여 관리를 하기 시작했다. 한국은행 직원과 증권회사 고문역을 하면서 번 돈을 아껴 수목원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왔다. 그래서 2000년에는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을 받게 되었고, 이는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인증이다. 이 수목원에는 여러 수종이 많지만 그중에 마그놀리아(magnolia)라 불리우는 목련과 호랑가시가 대표 수종이다.

천리포 수목원은 18만평에 이른다. 하지만 이 수목원이 서로 붙어있는 것은 아니다. 주요 수종이 모여 있는 곳은 천리포 해변가의 본원이다. 천리포수목원 본원에는 관리사무실을 비롯하여 8군데의 숙박시설이 있다. 서로 붙어있는 것이 아니라 띄엄띄엄 떨어져 있다. 서로 보이지도 않는다. 집 이름도 나무 이름을 붙여서 측백나무집, 다정큼나무집, 벚나무집, 등나무집, 감탕나무집, 위성류집, 소나무집, 사철나무집이라 불리운다. 이들 집은 호텔처럼 아주 깨끗하지는 않다. 하지만 바로 외부의 나무들과 어울려 푸근하다.

필자가 묵었던 곳은 해변가의 소나무집과 사철나무집이었다. 특히 사철나무집은 문을 열자마자 시원한 바다와 낭새 섬이 보인다. 이곳에는 나의 산행모임에 같이 가는 친구의 가족과 함께 갔다. 그리고 수목원의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천리포와 만리포 해변도 걸어다녔다. 소나무집에는 환경재단 멤버들과 같이 갔는데 사철나무집보다 더 크고 회의공간도 있다. 밤늦게까지 맥주를 마시며 열띤 토론을 했다. 고즈넉한 환경 때문인지 많은 아이디어가 속출했다.

이 천리포수목원은 일부러 많은 사람에게 개방하지 않는다. 수목들을 돌보기 위해서다. 유료회원에게만 개방하고 단체 견학을 하고 싶은 경우에는 그 취지가 분명해야만 입장이 허용된다.

천리포수목원은 필자가 두번밖에 가보지는 않았지만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다. 좀더 자주 가고자 연회원에도 가입하였다. 도시에서의 바쁜 일정에서 벗어나 혼자 혹은 가족과 함께 또는 마음에 맞는 사람끼리 가서 시간을 보내면서 재충전을 하기에 정말 적합한 곳이다. 또다른 차원의 제3의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