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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어떤 학생이 대학교에서 인류학과에 들어가면 주위 사람들은 일류학과에 들어갔냐고 오해한 적이 있었다. 그런 인류학이 요즘 들어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정치, 경제, 예술 분야의 전지구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다양해지면서 국가별, 민족별, 하위문화별로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행태를 비교분석할 필요가 늘면서 문화인류학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

문화인류학이란 인간집단의 고유한 사고와 행동양식을 “문화”라는 키워드를 사용하여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것을 말한다. 문화인류학은 정치, 경제, 종교, 교육 등 인간이 사회생활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영역들을 인위적으로 분리하지 않고 총체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자 노력한다는 점에서 다른 사회과학 학문과 구별된다.

문화인류학이 부상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문화인류학=인류학”으로 알고 있는데 엄밀히 따지자면 인류학의 연구범위는 그보다 넓다. 인류학의 테두리 안에는 문화인류학 외에도 생물인류학과 언어인류학, 그리고 민속학이 포함되며, 미국에서는 고고학도 인류학에 속하는 것으로 본다.

‘컬처코드’ 책의 저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문화인류학자 클로데르 라파이유는 문화인류학을 국제 마케팅에 접목한 바 있다. 미국 크라이슬러 회사에서 만든 지프 랭글러 자동차는 미국인에게 황야에서 자신이 모는 말로 보인다고 보고 그에 맞는 광고를 제작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반면에, 프랑스인에게는 지프 자동차에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신들을 구하러 온 미군이 타고 온 자동차 이미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에 맞게 광고를 하여 역시 성공을 거두었다.

이처럼 각 나라 사람들은 특정 상품, 특정 브랜드에 대해 인식과 경험이 다르다. 따라서 그런 인식에 각각 소구하는 마케팅을 전개해야 성공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앤스로폴로지 브랜드가 상당히 인기를 끌고 있다. 앤스로폴로지 브랜드는 영어 표현 anthropologie에서 알 수 있듯이 인류학을 테마로 한 편집 매장이다. 지나치게 새로운 것보다는 오래된 빈티지, 민속적인 특성을 의류, 액세서리, 인테리어를 잘 반영하고 있었다. 매장 바닥도 헤진 느낌을 주는 목재로 되어 있었다. 많은 지역에 점포가 있어도 그 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하여 매장 상품도 서로 다르게 구비하고 있다. 신상품만 좋아하는 여성들의 트렌드에 역행하는 역트렌드에 소구하는 문화인류학 컨셉 매장이 큰 성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가 신발 한 켤레를 사면 또 한 켤레의 신발을 개발도상국가의 사람들에게 기부하는 매칭 펀드식 원포원(one for one) 마케팅으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탐스(TOMS)는 이제 앤스로폴로지 시리즈의 신발을 만들어 팔고 있다. 세계 여러 지역의 토속적인 문양을 이용하여 다양한 신발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제 세계는 글로벌 트렌드로 표준화가 대세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반대의역트렌드로 로컬화와 다양화가 죽지 않고 오히려 꾸준하게 자리잡고 있다. 우리 신체의 DNA에 녹아 있는 다양성 추구가 인류학의 문화상대주의로 개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상품이 앞으로 전 세계 곳곳에 수출될 텐데 이 때 문화인류학적 사고방식과 마케팅은 더욱 절실해질 것이다. 앞으로 우리가 문화인류학을 더욱 심도있게 연구하고 적용해야 할 절대적인 이유다.

글 :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운영자

* 이 글은 전자신문 미래컬럼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