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8월 피스앤그린보트 크루즈 탑승기 (2015-08-20)


 
  2015년 여름 동북아 지중해에서 노닐다

2014년 11월에는 피스앤그린보트(The Peace and Green Boat)를 타고 동중국해를 돌아 다녔는데, 2015년 8월에는 동해 즉 동북아 지중해를 돌아 다녔다. 항해 내내 쟁반에 담겨있는 물처럼 바다가 잔잔해 배 타기에 그지 없었다. 이 기간 동안 서울에는 폭염경보도 내려졌지만 우리는 바닷가만 돌아다녀서 그런지 동해의 정박지 항구들은 아주 덥지는 않았다.

첫 번째 기항지였던 블라디보스톡에서 나의 옵션 프로그램은 마트로시카 인형 체험 프로그램이었다. 준비된 물감들을 가지고 자신이 직접 나무 인형에 색칠하는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몰입도가 상당했다. 참가한 30여 명의 사람들이 마치 경쟁하듯이 30분간 색칠을 했는데 15분 정도가 지나니 참가자들은 두 갈래로 점차 나뉘었다. 한 갈래 사람들은 마음대로 잘 안 되는지 채색을 아예 포기했고, 다른 갈래 사람들은 더욱 열심히 마무리 채색을 했다. 나는 끝까지 작업을 했었는데 작품이 생각보다 잘 나왔다. 나의 마트로시카 인형은 이제 내 집의 장식장 선반에 떡 하니 자리잡고 있다. 직접 체험한 것이니만큼 앞으로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두 번째 기항지였던 홋카이도의 오타루는 고풍스러운 도시였다. 1890년대부터 석탄 광산과 청어잡이로 크게 번성했던 곳이다. 상업이 크게 발달하여 부자가 많았다고 한다. 이 도시의 거리 상점가인 사카이마치도리에는 과거 전성기의 건물들이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이 거리에는 유리공예관이나 제과점, 카페가 즐비하여 쇼핑을 하기에 좋았고 맛있는 화과자, 샘베, 케익, 초콜렛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그지 없었다. 태엽을 감으면 음악이 나오는 기계인 오르곤도 눈에 띄였다. 캐나다 뱅쿠버시의 올드타운에 가면 15분마다 스팀이 나오며 소리를 내는 유명한 시계가 있는데, 오타루 거리의 중심지에도 이를 본딴 시계가 관광 스팟으로 인기를 끌고 있었다. 오타루는 원주민이었던 아이누들의 언어로 ‘모래 사장 안에 있는 강’이란 의미인데 ‘언덕 위의 마을’이라는 별칭도 가지고 있다.

홋카이도에는 인구 550만 명이 살고 있지만 공장이 거의 없어 살기에 쾌적하다. 물론 겨울에는 눈이 많이 오지만 오타루처럼 해안 지역은 생각보다 많이 춥지 않다. 오타루 인근의 삿뽀로는 지난 20년 동안 일본인이 살고 싶은 최상위 도시로 자주 선정되곤 했다. 홋카이도와 혼슈간에는 해저로 세이칸 터널이 뚫려서 교통이 예전에 비해 좋아졌지만 신칸센은 아직 들어오지 않고 있다. 눈 때문에 그런지 1층을 주차장으로 쓰는 집들이 눈에 많이 띄였다. 겨울에 눈이 많이 오면 차가 다니는 도로 바닥의 교통 표지가 보이지 않을까 봐 정지선, 중앙선 같은 표지판이 보도에 수직으로 세워져 있었다.

세 번째 기항지였던 나가사키에서는 원래 군함도를 보는 옵션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우리 모이는 시간을 내가 잘못 알고 일행을 그만 놓치고 말았다. 선내 신문에서 알려준 시간과 선내 TV에서 알려준 시간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집합하는 줄 알고 선내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안내소에 갔는데 이미 일행은 모두 떠나버린 후였다. 그 때 히말라야 산 16좌를 모두 등정했던 엄홍길 대장도 늦게 나와 둘이서 나가사키시 여기저기를 자유여행 하게 되었다. 두 사람이 이렇게 만난 것을 운명적인 만남이라고 서로 말했다.

우선, 나가사키 우동 원조집에서 나가사키 우동을 먹기로 했다. 그런데 중국음식점 개장 시간이 11시 30분이라 남은 1시간을 채우기 위해 근처의 중국의 공자 사당을 들렀다. 중국이 자신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세계 많은 지역에 진출한 공자사당은 현재 일본에도 14군데나 있었다. 공자사당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는 바람에 중국음식점에 오니 사람들이 너무 많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려 1시간을 기다리고서야 우리 차례가 되었다.

식사 후 나가사키현 미술관에 갔는데 93세된 일본인 여성 승려로 소설가, 평화활동가, 작가인 유명 인사의 작품들이 기획전시 되고 있어서 엄홍길대장과 함께 열심히 감상했다. 햇볕이 쨍쨍 째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택시를 타고 데지마에도 갔다. 이 지역은 400여 년 전에 네델란드인들이 일본과 교역을 하던 곳이었는데, 당시 일부러 해자를 파서 그 지역을 섬으로 만들었다. 외국인은 특별히 허가를 받지 못하면 일본 영토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나가사키가 1945년 원폭 피해를 입었을 때 이 곳 또한 모두 부숴졌는데 최근 다시 복원되어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고 있다. 이곳 선물 가게에서 400년 전 모습을 담은 도자기를 몇 개 구입했다.

마지막 기항지는 후쿠오카였다. 후쿠오카 서쪽에는 사가현이 있는데 우리는 사가현의 규슈 올레를 마을갈 따라, 산길 따라, 해안길 따라 걸었다. 그곳에는 우리나라 충남의 당진(唐津)과 똑 같은 이름의 당진 마을이 있었다. 바로 이곳에서 임진왜란 당시 왜군들이 출항했었다. 바로 근처의 섬에서는 백제 무령왕이 태어나기도 하였다. 역사적으로 사가현은 백제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도 사가현 출신으로 알고 있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소프트뱅크의 요코하마 본사에서 손정의 회장을 만난 적이 생각난다. 당시 손 회장은 사고를 당해 팔에 기브스를 잔뜩 하고 등장했었다.

배에 탑승해 며칠이나 시간을 함께 보내는 선상에서 탑승객의 행태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친한 사람들과만 어울리는 사람이 있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사귀는 사람이 바로 그것이다. 친한 사람들과만 다니면 더욱 돈독해질 수는 있지만 새로운 사람을 알게 되는 기회를 잃어버린다.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만나면 사실 좀 어색하고 피곤하기는 하지만 많은 것을 경험하고 나눌 수 있다. 물론 나는 후자를 높게 평가하지만 선택은 개인이 판단할 일이다. 나는 이번에 아주 많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 알게 되어 행복하다.

글 :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