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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소비자가 기업을 추월하고 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는 자신의 책 [부의 미래]에서 여러 경제주체들의 변화속도를 비교한 바 있다. 기업이 시속 100마일로 달리고 있다면 시민단체인 NGO(비정부기구)는 90마일로 기업을 바짝 쫓고 있고 가족도 비교적 빨리 60마일로 질주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조합과 정부는 더욱 처져서 각각 30마일과 25마일로 헉헉대며 달리고 있고 법조직은 시속 1마일로 아예 경주를 포기하고 있다.

그러면 소비자의 변화 속도는 어떤 수준일까. 스마트하고 용감한 소비자는 기업보다 오히려 빠르고, 굼뜬 소비자는 훨씬 느릴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비자의 평균 변화속도가 예전에 비해 훨씬 빨라졌다는 사실이다. 나는 소비자가 기업을 오히려 능가하여 시속 120마일로 쾌속 질주하고 있다고 본다.

소비자가 기업을 능가하게 된 이유

왜 최근 들어 소비자의 파워가 기업을 능가하게 되었을까. 크게 보아 구매력, 정보력, 프로슈머, 윤리적 소비자 때문이다.

첫째, 소비자는 예전에 비해 소득 수준이 높아져 구매력이 커졌다. 예전에는 소비자의 소득이 낮았기 때문에 구매 상품의 개수가 한정되었고 선택의 폭이 좁았다. 하지만 이제는 소비자의 소득이 높아졌기 때문에 소비자의 의지에 따라 구매의 개수나 선택 폭이 훨씬 많아졌다.

둘째, 소비자는 예전에 비해 지적 수준이 높아지고 정보통신 기기, 인터넷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 객관적인 상품 정보와 다른 구매자의 체험 정보를 얼마든지 입수하여 구매할 수 있다. 더구나 이제 참여, 공유, 개방이라는 3가지 특성을 가진 웹 2.0이 생활 전반으로 크게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생생한 정보 공유가 매우 활발해지고 기업 제품에 대한 평판을 소비자들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셋째, 소비자는 이제 생산자 기능도 겸비하고 있는 프로슈머(prosumer)이다. 소비자는 이제 상품을 단순히 구매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상품을 부분적으로 고친다. 튜닝(tuning)을 하는 것이다. 휴대폰 튜닝처럼 간단히 고치는 경우도 있고, 자동차나 오토바이처럼 상당한 돈을 들여 튜닝을 하기도 한다. 또 소비 체험 과정에서 우러나오는 아이디어를 기업에게 제공하여 신제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중요한 기능을 하기도 하고 공모전을 통해 정식으로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한다.

넷째, 소비자는 이성적 기준과 감성적 기준뿐 아니라 윤리적 기준으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 상품을 만드는 기업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으면 그 기업의 상품을 구입하지 않는다. 그리고 사회적 책임 활동을 많이 하고 지역사회에 많이 공헌하면 그 기업을 상품을 구입하고 주위 사람들에게도 권유를 한다. 기업은 소비자의 눈치 볼 일이 많아진 것이다.

소비자는 글래디에이터

이처럼 주위 환경 변화와 소비자 자신의 특성 변화로 인해 소비자는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강성 소비자들은 기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불매운동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업 건물의 정문을 향해 자동차를 돌진하기도 한다. 또, 신문사의 편파적인 보도에 불만을 느끼면 그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는 기업의 제품을 사지 않겠다며 광고주들에게 협박하기도 한다. 일부 소비자들은 이렇게 커진 소비자의 파워를 악용하기도 한다. 홈쇼핑으로 의류를 구입하여 입은 다음에 다시 반송하기도 한다. 이런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는 갈수록 늘어날 전망이다.

한마디로 말해 소비자는 글래디에이터(gladiator), 즉 검투사가 되어가고 있다. 구매력, 정보력, 아이디어, 공격성 등 많은 측면에서 기업을 능가해가고 있다. 이런 사면초가 상황에서 기업이 어떤 식으로 돌파구를 마련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

2009년은 걸출한 진화론자 찰스 다윈이 그의 저서 [종의 기원]을 1859년에 발간한 지 150주년 되는 해이다. 이를 기념하여 소비자를 진화론적 관점에서 필자가 분석한 책, [세상을 소비하는 인간,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를 보면 여기에서 언급한 이슈에 대해 더욱 자세하게 알 수 있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운영자

* 이 글은 패션비즈니스 잡지(2008년 12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