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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앤리더의 김민주 대표가 [세상을 소비하는 인간, 호모 콘수무스(Homo Consumus)] 책을 2008년 9월 교보문고에서 출간했습니다. 책에 나온 저자 서문을 여기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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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시시즘에 빠진 컨슈머의 마음을 훔쳐라

1859년,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은 [종의 기원 On the Origin of Species]을 발표했다. 진화론을 주장한 다윈의 이 책은 발간 당시에도 초판이 매진될 정도의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을 뿐 아니라, 많은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도 그 혁명성을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실 다윈 이전에도 진화론을 개진한 인물은 있었다. 획득형질의 유전을 주장한 장 밥티스트 라마르크Jean-Baptiste Lamarck, 종들은 합목적적으로 환경에 적응해 변화해나간다고 주장한 에라스무스 다윈Erasmus Darwin, 진화론에 중대한 관측 실마리를 제공한 지질학자 찰스 라이엘Charles Lyell, 그리고 식량의 증가가 인구의 증가를 감당하지 못하므로 필연적인 생존경쟁이 나타난다고 주장한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Thomas Robert Malthus의 인구 이론이 진화론의 바탕이 되었다. 이런 토대 위에서 다윈은 영국해군함정 비글호를 타고 선장의 말동무 겸 해서 남아메리카의 해안과 태평양의 섬들을 항해하면서 수집한 풍부한 자료를 통해 진화론 콘셉트를 본격적으로 이론화했다.

30여 년간의 탐구 끝에 발표된 다윈의 진화론은 종교계와 자연과학계는 물론 경제학, 경영학, 법학을 비롯해 사회과학계와 대중의 사고방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생존경쟁 ․ 적자생존 ․ 자연선택 ․ 변이 ․ 분화 ․ 퇴화 ․ 생물다양성 ․ 성선택 등의 개념은 오늘날 우리에게 이미 친숙하다. 이 분야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사람들은 공진화co-evolution ․ 수렴진화(convergent evolution) ․ 발산진화(divergent evolution) ․ 대진화macroevolution ․ 소진화microevolution와 같은 단어를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러한 ‘진화evolution’ 개념에 착안해 씌어졌다. 경제학과 경영학, 마케팅을 전공하는 나로서는 경제의 진화, 비즈니스의 진화, 기업의 진화, 소비자의 진화에 대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다. 특히 소비자는 인간의 중요한 측면이고 마케팅의 분석 대상은 소비자이기 때문에 소비자의 진화는 최종 관심거리가 되었다. 또 소비자인 개인과 생산자인 기업은 서로 같이 진화, 즉 공진화하기 때문에 기업의 진화도 이목을 끌었다.

2007년, 소비자의 진화와 관련해 두 차례 강의를 기업에서 한 적이 있었다. 한 번은 소비자 진화의 한 측면인 프로슈머prosumer에 대해서, 다른 곳에서는 웹 진화에 대해 강의했는데, 자료 조사를 하면서 이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웹․ 블로그․ 모바일․ 내비게이터․ IP-TV 같은 새로운 기술 진화에 따라 소비자의 적응과 활용이 예전과 크게 달라졌고, 기업에 대한 소비자의 입김과 반란이 위협적인 수준까지 이르렀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소비자는 이제 기업에 순종적인 노예가 아니라 기업을 위협하는 글래디에이터, 즉 검투사가 되었다는 것을 감지하게 되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소비자 진화의 여러 측면을 들여다보고 이를 좀더 체계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2009년이면 [종의 기원]은 발간 150주년을 맞이한다. 이를 기념해 뭔가 결과물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 책은 그러한 관심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크게 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에서는 다윈의 진화론을 소비자와 기업 측면에서 조명해본다. 2장에서는 현대 소비자의 특성을 에고노믹스egonomics 소비자, 프로슈머prosumer, 윤리적 소비자, 라이프2.0 소비자, 글래디에이터gladiator라는 다섯 가지 측면에서 다룬다. 3장에서는 향후 소비자가 어떤 방향으로 진화 발전할 것인지에 대해 전망해보고, 특히 소비자와 기업의 공진화의 향후 방향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부록에서는 소비자 조사 방법론 중의 하나로 최근에 급부상한 뉴로 마케팅에 대해 알아본다.

[세일즈맨의 죽음The Death of Salesman]은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Arthur Miller가 1949년에 발표한 희곡이다. 주인공 윌리 로만은 30년간 오직 세일즈맨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직업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성실하게 일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왔다. 그러나 그의 두 아들은 아버지의 기대를 저버리고 타락해버렸으며, 그 자신도 36년간 근무했던 회사에서 몰인정하게 해고당하고 만다. 궁지에 몰린 그는 장남에게 보험금을 남겨주기 위해 밤에 과속으로 자동차를 몰아 자살한다. 그의 장례식날 아내 린다는 집의 할부금도 다 불입하고 모든 것이 해결되었는데, 이제 집에는 아무도 살 사람이 없다고 그의 무덤에서 울부짖으며 연극은 막이 내린다. 1949년, 당시까지만 해도 세일즈맨이 판매와 마케팅 활동을 하는 것은 지금보다 쉬웠다. 소비자가 지금처럼 영리하지 않았고 상품과 기업에 충성스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60여 년이 지난 현재, 소비자는 예전에 비해 정말 영리해졌다.

본격적으로 본문을 읽기에 앞서 이 책에서 다루는 새로운 소비자의 네 가지 형태를 동물에 비유해 간단히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에고노믹스 소비자. 에고노믹스는 일반적으로 개인주의 경제를 말한다. 각 개인은 남과 다르게 특별하게 취급 받기를 원한다. 이런 소비자들의 변화는 기업에게 새롭고 다양한 시장 기회를 넓혀주는 동시에 미래의 수요 변동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이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예전에는 소비자가 주인에게 충직한 개였다면 이제는 고양이에 비유할 수 있다. 주인이 이사를 가면 개는 주인을 따라가지만 고양이는 주인을 따라가지 않고 예전 집에 그냥 머무른다고 비유한다. 이처럼 고양이는 자기중심적이고 자아도취적이다.

다음으로 프로슈머는 스스로가 원하는 상품을 직접 만들거나 제작 과정에 관여하는 능동적인 소비자를 가리킨다. 이는 꿀벌에 비유할 수 있다. 꿀벌은 벌집을 열심히 만들고 조직을 위해 자신도 희생할 수 있는 군집 활동을 하면서, 꿀을 채취하기 위해 식물의 수분을 도와주는 중요한 매개체 겸 생산자 역할을 한다.

새로운 소비자의 형태 중 하나인 윤리적 소비자를 잘 묘사하는 동물로 어떤 것이 있을까. 윤리적인 소비는 소비자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와 환경 모두를 생각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강조하는 움직임을 의미한다. 동물에 비유하자면 보노보가 적당할 것 같다. 영장류에는 인간을 비롯해 침팬지, 오랑우탄, 보노보, 고릴라 등의 많은 종이 있다. 침팬지는 우리 인간의 유전자와 98퍼센트 비슷하다고 할 정도로 인간과 비슷하지만, 영민한 반면 포악한 속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보노보는 침팬지와 달리 평화롭고 즐겁게 지내는 원숭이로 유명하다.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소비자가 득세한 오늘날의 자본주의 사회가 이기적이고 포악한 침팬지형 인간들을 양산해 전쟁과 생태계 파괴를 일삼았다면, 보노보형의 윤리적 소비자가 등장한 앞으로의 세계는 좀 더 평화롭고 윤리적으로 변화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마지막으로 참여․ 공유․ 개방이 특징인 웹2.0과 그의 확장형인 라이프2.0 소비자에 가장 적합한 동물은 무엇일까. 웹의 어원인 거미줄이지만, 이를 만들어내는 거미는 거미줄을 쳐놓고 거기에 걸린 곤충들을 잡아먹기 때문에 웹2.0의 특성과는 거리가 멀다. 인간도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이제야 웹2.0, 라이프2.0 행동을 보이기 시작한 만큼, 이에 비유할 동물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굳이 찾아보자면 잡종개가 해당되지 않을까. 외양이나 유전자, 행태가 다르지만 서로 잘 어울리고 공유하는 성향이 많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에게 만화로 친숙한 [엑스맨]이나 [드래곤볼]의 돌연변이 주인공들도 라이프2.0에 해당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2009년, [종의 기원]출간 150주년을 기념해 이 책을 쓰면서, 진화라는 관점에서 소비자의 역사․ 현재․ 미래를 길게 조명해볼 기회를 갖게 되어 책을 쓰는 과정에서 행복했다. 독자 여러분도 이 책을 읽으면서 더불어 행복하기를 바란다.

o 목차

|여는글| 나르시시즘에 빠진 컨슈머의 마음을 훔쳐라

part 1 소비 인류는 진화한다

1. 기업 전략의 진화와 컨슈머 대응의 진화
2. 이기적 경제인의 진화
3. 환경•사회•경제•기술•자본•트렌드에 둘러싸인 컨슈머
4. 마케팅의 영원한 분석 대상, 컨슈머
5. 마케팅의 법칙을 뒤엎은 컨슈머의 진화
6. 컨슈머 진화의 분석 프레임워크
7. 기업과 컨슈머의 공진화

part 2 새로운 소비 인류가 출현하다

1. 개인주의 경제, 에고노믹스 컨슈머
2. 생산하면서 소비한다, 프로슈머
3. 양심을 지킨다, 윤리적 컨슈머
4. 새로운 소비세상, 라이프 2.0 컨슈머
5. 내 권리는 내가 지킨다, 컨슈머 주권의 진화
6. 소비 트렌드 변화에 대처하는 기업의 자세

part 3 소비 인류의 미래를 말하다

1. 컨슈머 진화의 미래
2. 비즈니스 생태계의 미래
3. 컨슈머, 어디로 가는가

부록 미래의 마케팅 키워드, 뉴로 마케팅

참고문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