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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감성이 우리 시대의 커다란 화두가 되었다. 그래서 경제경영서와 자기계발서에서 감성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우선, 감성 하면 어떤 키워드가 연상되는가? 이성의 반대말, 심리, 마음, 우뇌, 오감, IQ와 대조되는 EQ(Emotional Quotient), 그리고 행복이 생각나는가. 감성을 마케팅에 연결한 감성 마케팅 관점에서 보자면, 컬러, 디자인, 아트, 조명, 잠재의식, 스토리텔링, 체험이 생각날 지 모른다. 또 감성을 자기계발과 연결한다면, 설득, 이미지, 열정, 자기암시 같은 키워드가 생각날 수 있다.

감성이 자주 화두에 오르는 이유

그런데 왜 이렇게 감성이 화두에 자주 오르는 것일까. 과도한 이성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작용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그동안 정보통신기술을 필두로 하여 바이오기술, 환경기술, 우주항공기술, 에너지기술, 나노기술, 뉴로기술 등 온갖 기술이 현기증 나는 속도로 발전해왔다. 그리고 교육받은 사람들이 이성과 논리로 중무장하여 똑똑한 사람들이 많이 양산되었다. 예전에는 전반적으로 과학기술이 낮은 수준이었고, 똑똑한 사람들이 적었기 때문에 이성과 논리가 중시되었지만, 이제는 오히려 그 반대인 감성이 부족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감성이 이처럼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둘째, 감성의 상대적 중요성을 인식한 사람들이 감성을 풍부하게 하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더욱이 심리학과 인지학, 의학의 발달로 인해 감성도 과학적 분석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또 성공의 중요 요건으로 ‘꼴꾀끼끈꿈깡’이 보통 거론되는데 사실 알고 보면 이 모두가 감성과 관련성이 많다. 과거와는 달리 이제 꼴은 성형수술에 의해 순식간에 달라질 수도 있고, 끼도 댄스 교육을 받아 몸에 체화시킬 수 있다. 꿈 역시 비전을 설정하고 욕망을 부풀리면 비전 실현에 발동을 걸 수 있다. 사람간의 끈끈한 네트워크도 감성적인 요인에 의해서 얼마든지 강화될 수 있다. 이처럼, 논리만 학습 대상이 아니라 감성도 얼마든지 학습 대상이 되고 있다.

셋째, 이제는 감성 자체가 우리에게 중요한 경쟁력의 원천이 되고 있다. 상상력이 풍부하면 기존의 여러 가지를 적절히 섞어 새로운 컨셉을 뚝딱 만들어낼 수 있다. 과거와는 달리 기업은 돈, 인력,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오히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 회사를 혁신으로 이끌고 깜짝 놀랄만한 신제품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시대가 되었다.

감성마케팅의 다양한 형태

사람들이 이렇게 감성에 올인을 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감성을 마케팅에 활용하지 않을 리가 없다. 어떤 형태로 감성마케팅을 하고 있을까.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기업들은 자사 브랜드의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미국 브랜드인 아베크롬비는 청소녀들을 대상으로 섹시한 이미지를 풍기려 노력한다. 아베크롬비 매장에 가면 여기저기에 남녀들의 섹시한 사진, 마네킹들이 눈에 많이 띈다.

섹시함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아트 마케팅은 격조 있는 감성 마케팅의 한 방법이다. 최근 LG전자는 명화를 활용하여 자사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데 성공했다. 명화 속에 자사 브랜드를 적절하게 노출시켜 생활 속의 노블한 전자제품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모토롤라, 샤넬, 리바이스 같은 브랜드들도 아트 마케팅을 성공적으로 전개했다.

스토리텔링 마케팅을 구사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사 브랜드를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비자에게 알리기 위해 스토리 팩터를 활용하는 것이다. 회사와 브랜드에 얽힌 이야기를 문자, 책, 이미지, 만화, 동영상, 영화 같은 다양한 포맷으로 만들어 적절한 채널을 통해 알리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유의할 점은 없는 이야기를 너무 꾸며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픽션적인 요소를 너무 많이 만들면 기업의 진정성과는 동떨어지므로 나중에 소비자들이 알았을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최근 들어 잠재의식을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는 기업들이 점차 늘고 있다. 어느 소비자이든 그 나라의 역사나 가치관의 영향을 받는다. 예를 들면 크라이슬러의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인 지프 랭글러(wrangler)는 미국에서 판매할 때에는 자동차를 말(horse)과 동일시 하고, 유럽에서 판매할 때에는 2차 세계대전 종전시 유럽을 해방시킨 미국 같은 해방자(liberator)와 동일시하여 판매를 크게 늘린 바 있다. 이른바 컬처 코드 식 접근방법이다.

물론, 감성 마케팅에는 컬러 마케팅, 디자인, 아이덴티티, 심벌, 체험 마케팅, 펀 마케팅 등 매우 다양한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기업들이 기존에 어떻게 감성마케팅을 했는지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상상력을 동원하여 참신한 감성 마케팅을 구사해보기 바란다.

설득의 세가지 조건

기업이든 개인이든 우리는 항상 상대편을 설득하면서 하루하루 살고 있다. 마케팅이라는 것이 결국 기업이 소비자를 설득하는 행위가 아닐까. 2,500년 전에 살았던 아리스토텔레스는 그 당시 마케팅이라는 용어는 몰랐지만 마케팅 컨셉은 분명히 알았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신이 상대편을 설득하려면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이미 설파했던 것이다.

로고스, 파토스, 에토스가 바로 그것이다. 로고스는 논리인데,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에 논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논리만 가지고 상대편을 설득하기에 부족하다. 상대편의 기분과 분위기를 감안하여 감성적인 설득이 필요하다. 설득에 마지막으로 필요한 것은 다른 사람이 나 자신에 대해 가지고 있는 신뢰다. 사람들이 나를 신뢰하고 있으면 내가 한 말이 훨씬 설득력을 가지게 된다. 이처럼 설득을 하는데 있어서 이성, 감성, 신뢰는 매우 중요한데, 감성이 빠지면 온전한 설득, 온전한 마케팅이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이 글은 교보문고에서 매달 발간되는 잡지 [사람과 책] (2008년 10월호)에 김민주 대표가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