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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어아웃]이라는 책이 최근에 나왔다. 필리페 로틀린과 페터 R. 베르더가 쓴 책이고 디플Biz에서 2008년 6월에 출간한 책이다. 리드앤리더의 김민주 대표가 쓴 추천사를 한번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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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기회에 자신과 조직을 냉철하고 투명하게 들여다보자

지구도 그렇고 사회도 그렇고 인간도 그렇다. 지구의 평균기온은 요즘 계속 올라가기도 하지만 과거 한 때는 계속 내려가기도 했다. 사회도 어떤 때에는 뜨거운 혁명 분위기에 온통 휩싸이지만 다른 때에는 나른한 무기력에 침체에 빠지기도 한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어떤 때에는 조증에 시달려 흥분감을 금치 못하지만 다른 때에는 울증에 걸려 온 세상이 회색빛으로 우울하게 보인다. 한 마디로 말해 만물의 이치가 업(up) 그리고 다운(down)이 번갈아 발생한다는 것이다.

우리도 자주 느끼는 사실이지만 예전에 비해 수면 시간이 줄어들었다. 회사 일이 많아져서 그렇기도 하지만 인터넷에 볼 컨텐츠와 메일 보낼 일이 많아졌고, 또 케이블TV나 인터넷텔레비전(IP-TV)에서 영화나 다큐멘터리 등 볼 것이 많아져 잠잘 시간을 계속 빼앗기고 있다. 또 커피나 차, 에너지 음료 같은 각성제를 많이 마셔 잠이 안 오기도 하고 어떨 때에는 이런저런 걱정거리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꼭 돈을 벌기 위한 일이 많아져서라기 보다는 밤에 이런 저런 볼 일과 놀 일, 고민거리가 많아져 잠이 줄어드는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백수가 과로사한다’는 말이 바로 이런 경우를 말한다.

회사들이 구조조정을 많이 하여 예전에 비해 각자 하는 일이 많아진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평생 안정된 직장을 갖는 것을 선호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고 가족의 복지를 위해 재미없는 안정된 직장에 다니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가족을 이유로 내걸지만 사실은 용기가 없어서 그런 직장을 다닌다고 하는 것이 더 맞을 지도 모르겠다. 이런 직장 선택을 제 3자 입장에서 나무랄 수는 없다. 자신의 행동은 자신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모든 일에 다 적용할 수 있다는 20대 80 법칙은 조직 내에서도 잘 적용된다. 조직 내 인원 중에서 20퍼센트의 사람이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80퍼센트의 사람이 최소한의 일만 하면 조직이 굴러간다는 것이다. 80퍼센트의 사람들은 왜 그렇게 회사 생활을 하는 것일까. 상급자는 20퍼센트의 사람에게만 도전적인 일을 주고 80퍼센트의 사람들에게는 별로 도전적인 일을 주기 않기 때문은 아닐까. 그래서 80퍼센트의 사람은 의욕상실, 무관심, 지루함 속에서 직장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 붐이 기승을 부릴 때 번아웃(burn-out)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인터넷 기술이 확산되고 사업화가 됨에 따라 인터넷 벤처가 무수히 만들어지고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인력이 축소되어 조직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할 일이 많아져 정말 탈진할 정도였다. 물론 벤처 기업을 비싼 가격에 매각하여 돈을 많이 번 사람도 있었지만, 벤처인들 중에는 건강이 악화되어 중도하차 해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에 기존 기업에 근무한 사람들은 벤처 기업으로 가고는 싶지만 인터넷분야를 잘 모르기도 하고 용기도 없어서 기존 직장을 무기력하게 다니곤 했다. 이 처럼 우리 사회에는 극도의 기력 소진을 의미하는 번아웃 신드롬과 이와 반대로 극도의 지루함을 의미하는 보어아웃(bore-out) 신드롬이 병존하고 있다.

모든 것이 빨리 움직여야 하는 속도 전쟁에서는 속도가 트렌드이고 선(善)이다. 하지만 이러한 트렌드가 너무 심해지면 이와 반대되는 역(逆)트렌드도 자연발생적으로 생긴다. 천천히 살자는 슬로비(Slobbie) 트렌드가 바로 그런 것이다. 제트 비행기로 빨리빨리 여행하는 사람도 늘어나지만 3개월간 크루즈 배를 타는 세계 일주 여행이 늘어나고 있고, 히말라야를 천천히 걸어가는 트레킹 여행도 늘어나고 있다. 번아웃과 보어아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아직도 대기업과 정부에서는 불필요하게 야근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부 사람들은 정말로 야근을 해야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단지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다. 이들은 할 일 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느낌을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으려고 일을 일부러 만들어서 한다. 오래 살아남기 위해 직장인이 자연스럽게 터득한 지혜일지도 모른다. 개미 사회를 피상적으로 보면 모든 개미가 열심히 일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상당 수의 개미들은 일을 하지 않으면서 괜히 바쁘게 움직인다고 동물학자들은 말한다. 이런 군집 행동은 개미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이다.

이 책은 이런 보어아웃 현상을 예리하게 찾아내어 왜 이런 현상이 생기고, 이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제시하고 있다. 보어아웃 현상 관점에서 직장인을 사마리아인, 동반자, 타이태닉 승객, 카멜레온, 구더기 등 5개 유형으로 나누었는데, 재미있는 시도이다.

이 책은 필리페 로틀린과 페터 베르더가 같이 썼는데, 이 중 필리페 로틀린은 스위스 장크트갈렌(St. Gallen) 대학 출신이다. 내가 대표를 맡고 있는 리드앤리더(www.emars.co.kr)의 한 사례분석가는 이 대학에서 교환학생을 한 바 있어서 나에게 생소하지 않은 학교이다. 이 학교 출신 중에는 새미 리히티(Samy Liechti)라는 매우 독창적인 기업인이 있다. 이 회사는 블랙삭스닷컴(Blacksocks.com) 사이트에서 까만 양말을 정기구독 형태로 판매하고 있다. 과거 일본 고객과 함께 일본 전통 찻집에 가게 되었는데 신발을 벗어보니 양말에 커다란 구멍이 있어서 크게 당황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까만 양말을 고객에게 정기적으로 배달해주는 사업을 시작하여 자신의 사업 모델을 Sockscription(= Socks+Subscription)이라고 불렀다. 이런 재미있는 사업을 하고 있는 새미 리히티에게는 무료한 시간이 전혀 없을 것이다.

한 사회에 보어아웃을 많이 느끼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사회의 활력은 크게 떨어진다. 물론 보어아웃이 발생하게 된 첫번째 책임은 개인 자신에게 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에서 좀더 정력적으로 일을 하기 위해 회사에 적극적으로 제안할 수도 있고,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다른 직장으로 옮기면 되기 때문이다. 활력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서도 책임은 많다. 보어아웃을 느끼는 직원이 많으면 회사의 생산성이 크게 떨어지는데 이를 방치한다면 그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해지기 때문이다. 단지 연봉만의 문제가 아니고 자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조치와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2007년에 한국을 방문한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회사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두 가지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직원들에게 먹을 것을 충분히 제공하고 자유 시간을 많이 준다는 것이다. 그러면 직원들은 자연스럽게 놀라운 사업들을 자발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글 방식을 여러분 조직에 적용한다면 과연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한번 생각해보기 바란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업무시간이 많고 업무강도도 높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정보통신 혁명이 우리 사회를 휩쓸고 구조조정, 아웃소싱, 인수합병, 스핀아웃 같은 인력재편이 이루어지면서 일인당 업무량이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외관상으로만 바쁘고, 싱상으로는 그렇지 않는 모습이 여전히 많이 발견되고 있다. 불필요하게 회의 가 많고 늦게까지 일을 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우리 조직의 보어아웃 신드롬을 이번 기회에 노골적으로 해부해 보면 어떨까.

이 책, [보어아웃 신드롬]을 읽으면서 사기업, 공기업, 정부, 자치단체의 신입 직원은 자신의 현재 근무 상황이 과연 바람직한지 다른 대안은 없는지를 한번 점검해보기 바란다. 그리고 중간관리자 또한 자신이 관장하는 조직에서 부하직원들이 어떤 근무태도를 보이는 지 한번 돌아보기 바란다. 또 회사의 인력조직 담당 임원과 CEO들은 회사 조직의 생산성과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곰곰이 모색해보기 바란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조직 행태, 근무 행태를 집중 해부하고 근본적 개선방안을 찾는데 매우 적절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이사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