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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스북에서 2008년 4월에 출간한 책 [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는 데이비드 브룩스가 쓴 책이다. 이 서평은 교보문고의 '북모닝CEO'를 위해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가 쓴 서평이다.

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 데이비드 브룩스 저, 김소희 역, 리더스북, 2008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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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외에 사는 보보스들의 라이프스타일

2007년 여름에 필자는 미국 서북부 해안의 시애틀 지역에서 시간을 보냈다. 그 때 시애틀 시내와 시외의 여기 저기를 보러 다녔지만 나의 본거지는 시애틀 시의 동쪽으로 호수를 지나면 나오는 교외 지역인 벨뷰(Bellevue)였다. 벨뷰는 시애틀의 강남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벨뷰 거주민의 소득 수준은 상당히 높다. 벨뷰 중심가의 벨뷰 스퀘어에는, 노드스트롬, 메이시 같은 백화점은 물론, 명품 부티크 매장들이 많이 들어서 있다. 건너편에는 하얏트 호텔과 고급 레스토랑, 기업체 사무실이 입점해 있는 벨뷰 플레이스 건물이 있다. 벨뷰 지역에는 품위있는 중산층이 많이 살기 때문에 기업체들이 벨뷰 스퀘어에 신상품을 출시하여 소비자의 반응을 미리 테스트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벨뷰 지역은 인기가 매우 좋아 인구가 자꾸 몰리고 있다.

벨뷰의 북쪽으로 조금 더 가면 커크랜드, 레드먼드, 우드앤빌 등 다양한 교외 지역이 나온다. 이들 지역에서 홀푸드 마켓(Whole Foods Market), QFC, 트레이더 조(Trader Joe’s), 같은 유기농 슈퍼마켓과 우리나라에도 진출하였다. 미국 전역에 41개 아울렛을 가지고 있는 첼시프로퍼티그룹의 프리미엄 아울렛(Premium Outlet), 그리고 회원제 대형유통업태인 코스트코(Costco), 할인점 타겟(Target), 멋지고 널찍한 정원이 딸린 와인 매장 등 매우 다양한 유통업태들이 즐비하다. 이 교외지역에는 충분한 구매력을 지닌 사람들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애틀 시와 교외 지역에서 벌어지는 이런 현상은 미국의 다른 도시와 교외에서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LA에서도 마찬가지다. 도시가 공간적으로 불규칙적으로 뻗어나가는 스프롤(sprawl)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교외에 사는 미국인의 비중은 얼마나 될까. 1950년에는 23퍼센트가 교외에 거주했으나 이제는 훨씬 많은 사람들이 교외에 거주하고 있다.

부르주아와 보헤미안을 합성한 단어로 보보스(bobos)가 있다. 관습, 제도, 가문 등 외적인 영향을 받아 성공한 기존의 엘리트와는 달리 높은 교육 수준에 힘입어 성공한 디지털 시대의 신흥엘리트 계층을 일컫는 말이다. 이 보보스 단어를 처음 만들었던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가 이 개념을 더욱 심화하여 [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라는 책에서 교외에 거주하는 보보스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정밀 분석했다.

교외를 분석한 책이 교외를 동질적인 하나의 공간으로만 이해할리 만무하다. 저자는 교외를 교외이너링, 교외아우터링, 준교외지역으로 세분화한다. 각 지역마다 거주자들의 직업과 라이프스타일도 달라진다. 교외이너링 지역에는 고등교육을 받고 보수가 많은 전문직들이 거주한다. 밖으로 더 나가면 이민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교외아우터링 지역이 나타난다. 한 단계 더 나아가면 정원 바비큐그릴로 대표되는 풍족한 중산층의 꿈을 담아 새로 개발된 준교외지역(exurb)이 나타나며, 준교외지역을 벗어나면 그야말로 시골이다.

교외 이너링 지역을 좀더 존 별로 나누어 보면,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쿨 존(cool zone), 환경친화적인 크런치 존(crunchy zone), 정보화시대의 전문직 종사자가 거주하는 프로페셔널 존이 있다. 우리들은 교외에 사는 미국인들은 대부분 백인일 것으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아시아인들의 60퍼센트, 남미 출신의 50퍼센트, 흑인들의 40퍼센트가 교외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교외아우터링 지역에 바로 이들이 많이 거주한다.

[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 책을 보면 미국 중산층의 속내를 여실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이들이 어떤 음식과 생활용품, 집을 좋아하는지 그리고 어떤 유통업태와 유통점, 어떤 잡지를 좋아하는지, 어떤 교육을 받고 있고 어떤 사고방식을 지니고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미국의 도전적인 역사와 미래에 대해 알게되는 것은 양념이다. 시카고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후 월스트리트, 뉴요커, 뉴리퍼블릭, 뉴스위크, 어틀랜틱 먼슬리, 뉴욕타임스 같은 쟁쟁한 미디어에서 기자, 편집장, 컬럼니스트를 역임한 데이비드 브룩스가 해박한 지식과 글재주 덕분에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않고 이 책을 읽을 수 있다.

요즘 보보스가 한 단계 뛰어 욘(yawn)족이라는 말이 생겼다. 욘(yawn)족이란 젊고 부자지만 평범하게 사는 사람을 말하는 것으로, 'young and wealthy but normal'의 약자이다. 이 용어는 영국의 선데이 텔레그래프가 부자들 중에 자선활동과 가족에 충실한 조용하게 삶을 사는 새로운 엘리트를 지칭하기 만든 조어이다. 욘족의 대명사는 비록 대저택을 소유하고 있지만 자선활동과 촌스러운 옷차림, 친근한 가족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빌 게이츠인데, 빌 게이츠가 바로 시애틀 동쪽 교외에 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CEO인 스티브 발머도 이 지역 호수 가운데 있는 머서(Mercer) 섬에 살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교외에 사는 사람들이 더 자연친화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도시에 비해 주거 공간이 넓으므로 전기 사용량도 많고 도심으로 먼 거리를 출퇴근해야 하니 휘발유 소모량도 더 늘어난다. 교외에서 사는 미국인이 이렇게 많아서 그런지 미국의 에너지 소비량은 상당히 높다. 높은 에너지 가격 때문에 그런지 부동산 개발 정책 때문인지, 최근 서울에서는 도심을 재개발하는 붐이 일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직도 도시 중심으로 생활하고 있다. 도시에서 교외로 나가면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물론 서울 교외 지역인 분당 같은 곳은 예외적으로 서울 도심 아파트단지의 부동산 가격과 엇비슷하지만, 향후 교외 지역의 부동산은 꾸준히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이 많다. 지리산에 살고 있는 어느 지인의 말에 의하면 고속도로를 타고 대전 이북으로 올라가면 거의 모든 지역이 도시권에 편입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5천만 명에 육박하고 있고, 서울 인구는 1천만 명이다. 인천 광역시를 제외한 경기도 인구가 이제 서울 인구를 추월한 것을 보면 교외 확장 추세는 분명하다. 따라서 [보보스는 파라다이스에 산다] 책은 교외로 탈출하는 도시인들의 미래를 보여주는 미래예측서이자, 라이프스타일 분석서이고 상권분석서, 부동산 가이드가 될 수도 있는 다목적 책이라 본다.

글 : 김민주 컨설팅사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