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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학 미스터리]라는 책이 이번 5월에 나왔다. 데이비드 워시(David Warsh)가 쓰고, 리드앤리더의 김민주 대표와 송희령씨가 번역한 책으로 김영사에서 나왔다. 좀 두꺼운 책이지만 최근 경제학계 내부에서 일어난 일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에서 지식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심층해부책이다.

김민주 대표가 쓴 역자 서문을 한번 보자.

2007년 김영사가 나에게 이 [지식경제학] 책 원서를 들고 와서 나에게 번역 의뢰를 했다. 책 제목은 [Knowledge and the Wealth of Nations]였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이 얼핏 생각났다. 책을 좀더 들여다 보니, 경제성장을 다룬 책인데 경제성장에 있어서 지식의 중요성을 매우 역설한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책을 좀더 들여다 보니 1980년대 시카고대학에서 시작된 신성장이론(New Growth Theory)을 집중적으로 다룬 책이고, 이 이론을 처음 개발하고 확장한 폴 로머(Paul Romer)와 로버트 루카스(Robert E. Lucas, Jr.)가 이 책에서 매우 자주 등장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신성장이론은 역자가 1980년대 시카고대학 경제학과 박사과정에 있었을 때 많이 배웠던 이론이다. 폴 로머의 지도 교수였던 로버트 루카스 교수가 가르쳤던 경제성장 과목을 그 당시 역자가 열심히 들었던 적이 생각났다. 1995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1980년대 당시만 하더라도 노벨상을 수상하지는 않았지만 게리 베커 교수와 더불어 노벨상 수상자 후보 1순위에 항상 거론되고 있었다. 게리 베커(Gary S. Becker) 교수는 우여곡절을 거쳐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마침내 수상했다.

1987년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처음으로 경제성장론 강의를 시작하였다. 루카스 교수는 그 전에 화폐금융론, 재정론, 경기변동론, 거시경제학을 주로 가르쳤기 때문에 경제성장론은 정말 새로운 토픽이었다.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로버트 솔로 교스의 성장 모델이 이론적으로 가장 진보된 형태였으나, 솔로우 모델는 현실을 설명하기에 한계가 많았다. 외생적으로 주어진 지속적인 기술 진보가 모델에 들어오지 않으면 성장 모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성장율은 0가 되어버리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하면 모델 자체로는 성장을 유발하는 내생적 메커니즘이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한계를 극복한 사람이 바로 폴 로머였다. 그는 시카고 대학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했고, MIT에서 경제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로버트 솔로우 교수가 MIT에 재직하고 있었지만 그 당시 MIT가 성장 모델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시카고 대학으로 학교를 옮겼고, 졸업논문으로 썼다. 내생적 성장이론에 관심이 지대했던 그가 쓴 1983년 박사학위논문이 바로 신성장이론의 출발점이 되었다. 폴 로머의 논문은 1990년 [내생적 기술변화]라는 제목으로 JPE(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발표되었다. 폴 로머의 모델의 형태는 약간 다르지만 로버트 루카스 교수는 지속적으로 축적되는 지식이 인적 자원(human capital)에 체화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1988년 신성장모델을 따로 발표하였다.

신성장이론이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여기에서 설명하지 않겠다. 책의 본문에 자세히 언급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 책을 읽으면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지 한번 보자.

첫째, 이 책을 읽으면, 250여년 간에 걸친 경제이론의 발전 과정, 특히 경제성장이론에 얽힌 과정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워시(David Warsh)는 경제학자는 아니지만 오랜 기간 경제전문 기자로 일하면서 많은 글을 썼고, 많은 경제학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서 경제학에 대한 배경 지식이 상당하여 경제성장이론의 발달 과정을 서술하는 데 매우 능숙하다.

둘째, 이 책을 읽으면 경제학계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대해 매우 자세히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미국 경제학협회(AEA) 연례총회에서 각 대학이 신임 조교수를 인터뷰하며 선발하는 과정, 주요 저널들이 논문을 심사하고 선정하는 과정, 경제학자가 모델을 개발하는 과정, 경제학자들의 지적 교류 과정, 경제학자들의 내적 고민 등 경제학계의 심층을 샅샅이 뒤질 수 있는 것이다. 마치 남몰래 엿보는 ‘피핑 톰(Peeping Tom)’ 같은 짜릿한 느낌을 즐길 수 있다.

셋째, 이 책을 읽으면 수많은 경제학자들을 섭렵할 수 있다. 기존의 경제학 책은 과거의 유명한 경제학자들만을 언급하지만 이 책은 현존하는 경제학자들의 활동상도 소개한다. 한마디로 동시대 경제학자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넷째, 이 책을 읽으면 이 책의 핵심 인물인 폴 로머의 흥미로운 성장 과정을 자세히 볼 수 있어 자기계발 차원에서 매우 도움이 된다. 학부에서 수학을 전공하다가 경제학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박사과정 중에 학교를 바꾸고, 집에 도둑이 들어 밖으로 도망치다가 구조를 요청한 여성과 나중에 결혼을 한다든지,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경제학과 학생들과는 달리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이론 공부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수강생들로부터 강의 평점이 낮자 강의방식을 확 바꿨다든지, 또 교수직을 던지고 교육 소프트웨어 회사인 아플리아(aplia.com)를 창업하여 현재까지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보면 한 인간의 여러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경제학에서 생산의 3대 요건 하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아마도 대부분 토지, 노동, 자본이라고 말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사람, 아이디어, 재료라고 생각하기 바란다. 당연히 지식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지식이 경제성장의 주력 엔진이다. 반면에 운하는 아주 미력한 엔진이다.

김민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