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에게 갈수록 필요한 제3의 공간 <모터스라인> (2005-02-20)


 
  나는 매주 일요일 집 부근의 맥도날드에 간다. 물론 혼자 간다. 음악 소리 때문에 약간은 시끄럽지만 커피 한잔을 마시면서 다가오는 한 주에 할 일들을 정리해본다. 처음부터 이곳을 자주 갔던 것은 아니다. 우연히 한번 갔는데 의외로 혼자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이제는 일주일에 한번씩 가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이처럼 집 옆의 맥도날드는 나의 제 3의 공간이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집과 회사 사무실이 아닌, 생각을 정리하며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다. 제1의 공간은 휴식공간인 집이고, 제2의 공간은 작업공간인 회사다. 이에 비해 항상은 아니지만 거의 규칙적으로 찾아가서 모인 사람들과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풀거나 혼자서 자신의 여유를 찾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공간을 제3의 공간이라 한다.

이런 곳으로는 커피샵, 카페, 서점, 찜질방, 맥주집, 미장원, 보드게임 카페, 사우나, PC방, 노인정, 요즘은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기원이나 당구장 같은 곳도 이에 해당된다. 물론 온라인 커뮤니티 공간도 얼마든지 제3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나라마다 대표적인 제3의 공간을 들라면 프랑스에서는 카페를 의미하는 비스트로, 영국은 퍼브, 독일에는 호프하우스가 있다. 18세기 스웨덴에서는 커피하우스가 불법으로 금지된 적도 있었다. 정부는 사람들이 모여 온갖 입소문을 내고 정부를 전복시키는 모함을 짜는 공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제3의 공간은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허심탄회하게 의사 소통을 하는 장소이다.

제3의 공간 개념은 언제부터

제3의 공간(The Third Place)이란 단어는 미국의 사회학자인 레이 올든버그(현재 웨스트 플로리다 주립대학 명예교수)가 1989년 그의 책 [The Great Good Place]에서 사용했다. Good Place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쾌적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마음에 드는 공간을 말한다. 특히 다른 사람들과 즐겁게 시간을 지낼 수 있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제3의 공간을 정의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신문의 편집자 추천 도서로 선정된 후 인기를 끌게되어 제3의 공간이라는 어휘가 사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건축가인 김수근씨도 일찍이 1970년대에 생활공간과 작업 공간 외에 궁극의 공간이 필요하다며 이를 제3의 공간이라 불렀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분위기를 느끼며 명상과 창작을 한다고 했다. 한발 더 나아가 가장 안전감을 주고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공간을 자궁공간이라는 말로 불렀다.

제3의 공간은 꼭 오프라인 공간에 국한될 필요는 없다. 온라인 공간일 수도 있다. 요즘은 인터넷에서 커뮤니티 공간, 채팅 공간, 자기만의 블로그 공간이 생겨 제3의 공간으로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20-30대 젊은이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봐도 알 수 있다.

제3의 공간에서는 제1의 공간인 집과 제2의 공간인 회사에서 만나는 사람이 아닌 다른 종류의 사람을 만난다. 근무 시간이 끝나고 회사 사람들과 같이 어떤 공간, 예를 들면 당구장에 간다면 이것은 제3의 공간이 아니다. 학교 친구든, 지역 주민들과 만나도 좋고, 전혀 모르는 사람을 새로 만날 수도 있다. 집과 회사에서 평소에 말하던 이슈가 아닌 다른 이슈를 가지고 이야기하며 같은 이슈라도 상당히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조우하는 것이다.

또한 제3의 공간은 어느 정도 규칙적으로 가는 곳이다. 일주일에 한번씩이든지 아무리 적어도 한달에 한번 정도는 가야 제3의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주 일요일에 규칙적으로 도봉산에 올라 능선의 어떤 호젓한 곳에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면 이 또한 제3의 공간이 될 수 있다.

대표적인 제3의 공간은?

이러한 제3의 공간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일찍 간파한 매장이 스타벅스였다. 스타벅스는 사람들이 오래 머물도록 실내 인테리어를 좋게 하고 푸근한 느낌이 들도록 신경을 썼다. 그리고 매장에서 인터넷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하고 있다.

미국의 반즈앤노블 서점은 서적 구매자들에게 매우 좋은 제3의 공간이다. 아주 쾌적한 분위기의 널찍한 공간에서 많은 책들을 의자나 소파에 앉아서 읽을 수 있다. 이책 저책을 서서 보느라 다리가 피곤한 사람들을 위해 아예 커피샵이 있다. 맛 없는 커피를 마시면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 스타벅스를 서점내에 입점을 시켰다. 상점 안의 상점 (Store in Store) 형태다. 물론 책 값 지불을 하지 않고서도 책을 잔뜩 가지고 가서 스타벅스 커피샵에서 읽을 수 있다. 얼핏 보면 이러한 편의시설이 서적 판매량을 줄일 것 같지만 오히려 다른 서점에 비해 매우 높은 판매 신장률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에도 서점안에 커피샵이 있지만 책값 지불을 해야만 커피샵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최근 목동 현대백화점 지하에 입점한 반디앤루니스는 책을 앉아서 읽을 수 있도록 별도 좌석을 만들어 놓고 있다. 우리나라 서점도 이제 점차 서점 내 서비스 공간을 배려하고 있는 추세에 있는 것이다.

이동 통신회사들이 자사의 고객들을 위해 만든 오프라인 공간인 TTL Zone, 나지트 등도 제3의 공간을 지향한 것이다. 자사 고객들이 자유스럽게 이 공간에 와서 마음껏 잡지와 영화를 보고 음료수를 마시며 PC를 이용할 수 있게 한다. 이 회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도 운영하여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제3의 공간을 만들어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도 이제는 제3의 공간이 되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운송수단이 아니라 문화공간, 주거공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좀더 쾌적하게 운전을 하기 위해 보다 나은 인테리어, 음향시설, 위치추적시스템(Telematics)을 장착하고 있다. 그리고 [환경의 역습] 방송 프로그램 방영으로 인해 실내 유해물질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유해물질은 집 내부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차안의 시트에서도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제 자동차 회사는 차안의 공기에도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제3의 공간이 되려면

바쁜 현대인들은 전문화되고 개인화되는 삶의 반대 급부로 다른 사람들과 만나 관심사를 서로 이야기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제 음식점도 단지 먹는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분위기가 어떤 곳인지를 먼저 살핀다. 분위기에 만족한 소비자는 높은 가격에 대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오히려 매장에 체류하는 시간이 길어져 객단가를 높여준다.

따라서 우리 매장을 제3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매장만의 차별화된 분위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실내 인테리어의 변화로 또는 특별한 이벤트로, 여러 가지 수단으로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능력이 매장 운영자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요즘 화두가 되는 웰빙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잘 먹고, 잘 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기에게 잘 맞는 제3의 공간에 가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포함된다. 자! 여러분에게 제3의 공간은 과연 어떤 곳인가? 우리 매장은 과연 제3의 공간이 될 수 있는지 한번 살펴보는 노력이 필요한 때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및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이글은 2004년 현대기아자동차 사보인 [모터스라인]에 기고했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