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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트렌드 종류

우리는 트렌드(trend)에 항상 관심을 기울이며 산다. 애써 무시하고 싶지만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트렌드이다. 어떤 트렌드는 거대한 노도와 같이 몰려와 우리가 속수무책 당하기도 하고, 어떤 트렌드는 무시해도 별 지장없이 슬며시 지나가기도 한다.

우리가 트렌드라고 뭉뚱그려 말을 하지만 사실 트렌드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자연 생태계처럼 아주 긴 기간을 두고 변하는 것을 메타 트렌드(meta trend)라고 하고, 그 다음으로 20~30년 터울로 커다란 사회문화적 변화를 메가 트렌드(mega trend)라고 부른다. 그리고 사회 전반에 걸쳐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 열정적인 사람들에게 큰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마이크로 트렌드(micro trend)라고 한다. 또, 1년 정도밖에 지속되지는 않지만 선풍적인 인기를 끈 다음에 급속하게 사라지는 것을 패드(fad)라고 부른다. 작년에 끈 인기를 끌었던 크록스(crocs) 신발이 바로 그런 경우다. 또 어떤 트렌드가 몰려 왔을 때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어나는 트렌드를 역트렌드(counter trend)라고 한다. 정보통신 혁명으로 속도가 강조되는 트렌드가 왔을 때 오히려 천천히 가는 것을 강조한 슬로우, 슬로비 트렌드가 바로 이에 해당된다.

경기순환(business cycle) 모델에는 순환 기간에 따라 다양한 순환 이름이 있다. 기술 변화에 의해 50년마다 발생하는 거대한 경기순환을 콘드라티에프 순환 (Kondratiev wave), 시설 투자 변화에 의해 6-10년마다 발생하는 중 경기순환을 주글라 순환 (Juglar wave), 재고 변화에 의해 3~4년마다 발생하는 소 경기순환을 키친 순환 (Kitchin wave)이 바로 그렇다. 경제 전체적으로는 이렇게 3가지 경기순환이 있지만 상품 개별적으로는 더욱 다양한 순환이 있기 마련이다. 상품의 인기 지속기간에 따라 스테디셀러, 베스트셀러, 히트상품, 반짝상품 등 표현이 다양하다. 또 대박의 정도의 따라, 왕대박, 대박, 중박, 소박, 쪽박 같은 표현도 가능할 것이다.

왜 마이크로 트렌드

그런데 최근 들어 마이크로 트렌드라는 말이 각광을 받고 있다. 앞서 말한대로 마이크로 트렌드란 앨빈 토플러나 존 나이스비트 식의 메가 트렌드와 달리, 다양화되고 있는 분파사회에서 상대적으로 우리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매우 빠른 속도로 부상하고 있는 열정적인 주체성 집단을 말한다. 사실 아무리 큰 트렌드라 하더라도 조그만 트렌드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어떤 트렌드는 조그맣게 시작하여 어느 정도 규모까지는 커지지만 더 이상 대규모로까지 발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중소규모라 하더라도 사회 전체적으로는 막강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특히 정보와 무기로 무장한 개개인의 파워가 커짐에 따라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이슬람 테러리스트를 예로 들어보자. 이슬람을 믿는 사람은 전 세계에 10억 명이다. 이슬람교인들은 물론 극단적 파괴주의자들은 아니지만 빈 라덴이 무슬림의 1퍼센트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면 1,000만 명의 테러리스트가 생기게 된다. 또 빈 라덴이 미국 전체 인구인 3억 명의 0.1%를 설득할 수 있다면 이슬람교인은 아니지만 30만 명의 테러리스트를 만들 수도 있다. 9/11 테러에서 잘 목격했듯이 소수의 테러리스트들은 엄청난 재앙을 일으킨다. 이제 개개인이 군사 기술, 정보 기술을 갖추면 모두 글래디에이터(gladiator), 즉 검투사가 되기 때문이다.

우리는 테러리스트 하면 저학력과 저소득자, 부랑아를 으레 연상한다. 빈곤과 소외, 불만에서 테러가 발생할 것이라는 선입견 때문이다. 그러나 영국 도심에서의 대규모 테러 사건에서 보았듯이 실제 테러리스트들은 영국에서 태어나 부유한 가정에서 제대로 학교를 다닌 이슬람 청년들이었다. 그동안 첩보기관이나 경찰들이 테러리스트를 잡는데 실패를 거듭 했던 이유이다.

이처럼 트렌드는 수시로 변하고, 밖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밑바닥에서 슬슬 변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마이크로 트렌드를 잘 찾아내려면 면밀한 조사와 통찰력과 직관이 필요하다. 직관만 가지고는 부족하고 숫자상 적기는 하지만 분명한 추세를 읽을 수 있도록 숫자 감각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 전 세계에는 1,255개의 테러 집단이 있다고 하니 정량 조사 하기가 만만치 않다.

다양한 마이크로 트렌드

최근 들어 마크 펜과 키니 잴리슨이 쓴 ‘마이크로 트렌드’(Microtrends: The Small Forces Behind Tomorrow’s Big Changes) 책을 보면 75개의 마이크로 트렌드 집단을 소개하고 있다.

종교 분야를 보면, 온건파 무슬림, 히스패닉 개신교도, 유대인 선호족, 기독교 시온주의자들이 있고, 아주 젊은 층에는 고딩 사업가, 저격병을 꿈꾸는 자, 뜨개질 족, 대학중퇴자, 홈스쿨링, 자폐증 같은 경미 장애족이 있다. 웰빙 분야를 보면, 태양혐오족, 난청족, 단시간 수면족, 왼손잡이, DIY 닥터족이 있고 웰루킹 분야에서는, 상류층 문신족, 조그만 체구의 프티(Petite)족이 있다.

또 가족 분야를 보면 연하남을 선택하는 여성인 쿠거(cougar)족, 늦은 나이에 게이라고 커밍아웃하는 늦깍이 게이족이 있다. 국가별로 보면, 영국에는 부부가 각각 다른 집에서 사는 LAT(Live Apart Together)족, 이탈리아에는 부모로부터 독립하지 않는 맘모니스(mammonis)족, 프랑스에는 식사시간이 짧아지는 금주주의족, 중국에는 미술품선호족, 인도에는 사티 전통을 거부하며 지위가 급상승하고 있는 여성층이 크게 부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마이크로 트렌드?

이 책에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마이크로 트렌드도 일부 있지만 미국 관점에서 75개 마이크로 트렌드를 선정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기업 관점에서 볼 때 일부 마이크로트렌드를 무시하고 우리나라 특유의 마이크로트렌드를 추가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미국에서는 체구가 작은 사람들을 위한 프티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오히려 체구가 큰 그란데(grande) 혹은 벤티(venti)족이 중요해지고 있다. 또 우리나라 교육, 특히 영어교육의 문제점에 실망하고 글로벌 마인드와 실력을 쌓기 위해 자식들을 외국에 보내는 기러기아빠족은 우리나라에서 중요한 마이크로 트렌드이다. 이번에 새로 출범하는 이명박 정권의 혁신적인 정책이 만약 성공한다면 기러기아빠족은 일시적인 트렌드로 그 생을 마감할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통신 시장은 그동안 급성장을 했지만 향후 성장율이 둔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메가 트렌드 관점에서 소비자의 니즈 파악만으로는 성장 엔진을 찾기에 부족하다. 대신 다양한 소비자의 뜨는 마이크로 트렌드를 재빨리 파악하여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통신 상품을 만들어내는 역량이 요구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는 마인드와 노력이 필요하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컨설팅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 운영자

* 이 글은 2008년 SK텔레콤 사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