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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통계학적 조사에 의하면 노인층은 65세 이상을 말한다. 이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 노인층은 전체 인구의 9.8%를 차지하고 있고, 2018년이 되면 14%에 이를 전망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는 고형화 사회(aging society)에는 이미 진입했고, 고령사회(aged society)를 향해 가고 있다.

노인층이 이렇게 급속하게 늘어나는 이유는 우선 노인층에 편입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인데, 노인층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는 것도 큰 이유이다. 그리고 출산율이 떨어짐으로 인해 아이들의 인구가 줄어들고 있어 노인층의 비중이 커지는 것도 또다른 이유이다.

65세 이상을 노인층으로 보는 UN 방식과는 달리 기업에서는 55세 이상을 노인층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1950년대 베이비붐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이 노인층으로 계산되기 때문에 노인의 비중은 더욱 커진다.

그런데 이 노인층이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비해 훨씬 부유하다는 점이 특징이다. 영국의 경우 55세 이상의 사람이 국부의 80%를 차지하고 있고, 전체 소비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 경우도 1948년 전후 베이비붐 세대를 단카이 세대라고 하는데 680만 명이나 되는 이들이 2007년부터 정년퇴직을 시작했다. 단카이 세대는 50조원이나 되는 퇴직금을 가지고 소비지출을 하므로 일본 경제 활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50-60대 층은 한국 경제가 고도성장을 할 때 축적한 자산이 많고 자신의 노후를 생각하여 자식들에게 재산을 많이 물려주지 않기 때문에 가처분 소득이 많다. 그리고 건강관리를 많이 했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 건강이 좋아 다양한 활동을 통해 소비를 많이 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발표대로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78.6세이지만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건강수명은 68.6세이다. 따라서 68세까지는 외식, 문화예술, 쇼핑, 여행, 골프, 사교모임을 활발히 하면서 자신의 건강과 부를 과시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노인층을 우리는 액티브 시니어(active senior)라고 부른다. 이를 50대에만 국한시킨다면 웰시 피프티(wealthy fifty)라고 부를 수 있다. 이들은 나이로 그냥 따져서 황혼기 이미지의 실버(silver)가 아니라 더 고급 이미지의 플라티늄(platinum) 표현이 훨씬 더 맞다.

최근 들어 노년층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비즈니스들이 속속 생기고 있다. 물론 이런 비즈니스가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노인 층을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다가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실버 계층에게 실버적인 이미지로 접근 하면 우리의 예상과는 달리 실버 계층들이 크게 싫어한다는 것이다. 실버에도 다양한 계층이 있고 특히 돈이 있는 실버는 실버 자체를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에는 50대 이상의 돈 많은 남성 고객만을 위한 남성패션 가게가 있다. ‘파파스’라는 이 패션점에 가면 통념상 나이에 걸맞지 않게 화려한 의상이 매우 다양하게 있으며 가격 또한 상당히 높다. 요즘 뮤지컬, 연극 같은 공연, 미술 전시전에 가면 50대 이상의 노년층이 눈에 상당히 많이 띈다. ‘메노포즈’라는 연극은 폐경기를 둘러싼 여성의 심리를 그린 연극으로 이 나이대의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미국에서는 50대 이상 여성들이 자신의 체력에 맞고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지 않고 편하게 운동을 할 수 있도록 한 여성 전용 피트니스 센터 ‘커브스(Curves)’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올 7월에 필자는 일본과 극동러시아를 경유하는 크루즈 배를 탔다. 아시아의 평화와 환경을 위한 목적을 가진 ‘피스앤그린 보트’ 여행 프로그램이었다. 이 배에는 일본인 300명, 한국인 300명이 탑승하였는데 탑승한 일본인 중에 노인층의 비율은 한국인에 비해 훨씬 높았다. 물론 일본인들이 한국인에 비해 소득 수준이 높고 크루즈 여행 경험이 더 많다는 이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냥 편하게 쉬고 놀면서 먹는 관광보다는 배우기도 하고 직접 참여하여 좀더 보람 있는 여행에 가치를 두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전 세계적으로 테마 여행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웰시 피프티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상품이 아닐 수 없다. 특히 크루즈 여행은 비행기와는 달리 슬로우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한다.

필자가 올 6월에 미국 북서부의 워싱턴주에 다녀왔는데 고속도로 옆의 휴게소에는 노인 세분이 커피와 빵을 제공하고 있었다. 이들이 집에서 준비해온 커피와 빵을 사람들은 무료로 가져 갈 수도 있고, 자기 마음대로 1달러, 혹은 5달러를 낼 수도 있다. 이 모금액은 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당했으나 신원이 파악되지 않은 부상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부된다. 자신들의 시간과 정성을 모아 사회복지에 기여하는 모습이 좋았다. 우리나라 노인층도 소비를 많이 하는 것도 좋지만 좀더 생산적이고 보람 있는 일에 시간을 사용하면 좋을 것이다. 이는 우리사회를 선진 사회에 맞도록 품격있게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글 : 김민주 비즈니스 컨설팅사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대표 운영자

* 이 글은 이코노믹 리뷰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