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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과 풋볼이란 게임에선 1인치가 결정한다. 그 1인치는 도처에 널려 있고, 그것들이 모여 승패, 생사를 좌우한다. 어떤 종류의 싸움이건 죽을 각오가 된 자만이 1인치를 찾아낸다. 내 소원은 그 1인치를 찾다 죽는 것이고, 그게 삶이다.’

이 대사는 올리버 스톤이 감독을 하고 알 파치노가 주연으로 나오는 [애니 기븐 선데이(Any Given Sunday)]라는 영화에서 풋볼(미식 축구) 감독 디마토가 자신을 선수들에게 역설한 말이다. 미식 축구에는 상대편 적진을 향해 1인치 1인치씩 전진하여 마침내 터치다운을 해야 점수를 내지 않는가.

이 영화는 풋볼 감독, 팀 선수, 구단주, 미디어 등 축구와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을 리얼하게 묘사한다. 감독은 승리를 해야 하고 구단주는 돈을 많이 벌어야 하고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몸값을 올려야 하고 미디어는 경기 결과에 따라 찬사와 비난을 거듭한다.

이 영화는 어느 풋볼팀에 포커스를 맞추었지만 이 드라마틱한 영화를 보면 우리 인간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풋볼은 스포츠 게임이고, 게임은 바로 경쟁 시대에서 우리의 삶과 다를 바 없다.

갈수록 스포츠가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들은 골프, 축구, 야구, 육상, 사이클링, 수영 같은 스포츠를 구경하기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들은 보는 것으로는 분에 차지 않아 몸소 하기도 한다. 특히 국가간 대항 경기에서는 애국심이 발동하여 흥분을 이기지 못하여 폭동을 일으키고 때로는 심장마비로 죽기도 한다. 스포츠에는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형태의 스포츠와 개인간 혹은 팀간의 승패를 보여주는 형태의 스포츠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요즘 트렌드는 승패를 보여주는 스포츠에 사람들의 관심이 훨씬 집중되어 있다.

사람들의 심성 내부에는 잔인성과 공격성 그리고 쾌락성이 존재한다. 로마 시대 때 가장 인기있던 스포츠 게임은 검투 경기였다. 검투사(글래디에이터)들이 원형경기장에서 피비린내를 내며 생사를 결정짓는 경기였다. 경기할 때마다 검투사들이 수시로 죽어나갔지만 승승장구하며 살아남은 검투사들은 그 시대의 대단한 수퍼스타였다. 물론 이런 수퍼스타도 내일 경기에서 시체로 실려나갈 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은 더욱 열광했다. 사람들은 이렇게 스포츠를 보면서 쾌감과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기업들은 스포츠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TV에서 스포츠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스포츠 시간대에 광고를 하고, 이에 만족치 않은 기업들은 아예 스포츠 구단이나 ESPN 같은 스포츠 전문 케이블채널을 보유하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인 폴 앨런은 시애틀에 기반을 둔 시혹스 풋볼 구단을 보유하고 있다. 시애틀의 메디치라고 불리는 폴 앨런은 풋볼 팀이 시애틀 지역사회를 공고히 하는데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하고 그 자체 좋은 수익원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광고판이다. 작년에 삼성이 영국 프리미어 리그의 첼시팀의 광고주를 했을 때, 선수 유니폼 앞 면에 프린트된 삼성 모바일(Samsung Mobile)’ 글자를 약간 올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선수가 TV방송국과 인터뷰를 할 때 로고 프린트가 높이 있어야 TV화면에서 더 잘 노출되기 때문이었다. 이처럼 스포츠팀의 선수 옷은 움직이는 광고판이다.

스포츠 구단은 기업이다. 영국 프리미어 리그 중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Manchester United Football Club, 맨유)가 가장 부자 구단으로 군림하고 있다. 경쟁 클럽으로 레알 마드리드, AC 밀란, 유벤투스, 바이에른 뮌헨, 아스날, 첼시, 리버풀 등 많지만 이들에 비해 맨유는 여러 지표에서 단연 선두다. 2004년의 경우 매출은 3억1,500만 달러 영업이익은 1억 570만 달러, 그래서 시가총액은 12억 5,100만 달러에 이른다.

맨유는 어디에서 수익을 벌고 있을까. 맨유의 매출은 입장권과 매점 판매, 방송중계권 수입, 기업체들의 스폰서 수입으로 크게 구성되어 있다. 그 비중을 살펴보면 입장권 수입이 36 %, 방송중계권 수입이 36%, 스폰서 수입과 기타 수입이 28%이다. 미국의 프로야구팀이나 프로농구팀 대부분이 매출액의 2/3를 방송중계권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과 비교하면 매출 구조가 훨씬 다양하고 건강하다. 스포츠 구단은 분명히 하나의 기업이다.

3-4년 전 미국 어떤 잡지가 CEO와 잡기 게임 사이에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지 조사를 해보았다. 여기서 잡기 게임이라 함은 당구, 포커, 체스 같은 것을 말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양자간에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였다. CEO 중에 잡기를 취미로 즐기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공정한 규칙 아래에서 상대편의 심리도 파악하며 머리를 쓰면서 공격 하는 것이 비즈니스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임을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많이 사귈 수 있는 것도 CEO들이 잡기를 좋아하는 또 다른 이유였다.

스포츠는 게임이다. 스포츠는 인간의 야성과 감성, 경쟁심, 공격성을 약간 부드럽게 완화시킨 컨텐트이다.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측면도 있고 엔터테인먼트 측면도 있다. 그리고 우리 인간의 리얼한 측면도 있다. 따라서 스포츠를 단순히 즐기는 차원에서 보지 말고 좀더 인생의 지혜를 얻는 각도에서 보면 배울 바가 매우 많다.

영화 [애니 기븐 선데이]에서 디마토 감독이 한 말로 끝을 맺자.
‘연습할 때 꾀를 부리면 너는 시합할 때에도 꾀를 부릴 것이다. 그리고 시합할 때 꾀를 부린다면 너는 앞으로 살아가면서도 꾀를 부릴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 걸 용납할 수 없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www.emars.co.kr) 대표 운영자

* 이 글은 LG CNS 사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