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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경제의 최전선을 가다] (BBC 엮음)이 2007년 5월 리더스북에서 출간되었습니다. 이 글은 비즈니스 저자 모임인 BBC의 김민주 회장이 쓴 서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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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낙관적 전망

우리나라 일인당 국민소득이 일만 달러 트랩에 걸려 10년간 허우적댄다고 말 했던 때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2006년 일인당 국민소득이 어느새 1만 8천 3백 달러가 되었다. GDP 성장율이 과거만큼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4.5%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무역수지 흑자 폭이 커서 외환보유고가 전 세계 4위 수준이라 원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그래서 달러로 표시한 일인당 국민소득 수준이 갈수록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

2006년 1월에 골드만삭스가 2025년과 2050년에 세계 주요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어떻게 될 지 전망치를 발표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2025년에는 1위가 미국, 2위가 일본, 그리고 3위가 한국이라고 발표를 했다. 일인당 국민소득 7만 달러 수준의 한국 아래로 영국, 독일, 프랑스가 줄을 섰다. 우리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2050년에는 우리나라가 전 세계 2위가 되는 것이었다. 일본은 3위로 밀린다는 것이다. 물론 룩셈부르크 같은 소국은 제외한 것이지만 어떻게 이러한 전망치가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국제적으로 신뢰도가 매우 높은 골드만삭스가 섣불리 전망치를 내놓을 리 만무하다.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을 높게 평가했고 인구증가율은 매우 낮게 예측했기 때문에 이러한 전망치를 내놓았던 것이다. 대외 수출은 상당히 잘 되고 있지만 내수 산업의 부진으로 피부로 느끼는 경제가 탐탁치 않기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믿기지 않는 예측이었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은 예측이었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가 중진국 수준에 머물지 않고 선진국 대열에 대한 회의가 가득찬 상황에서 선진국에 진입할 가능성에 대해 골드만삭스가 충분히 인정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경제가 이렇게 양적 팽창을 하려면 핵심 기술을 다양하게 보유해야 한다. 우리가앞으로 보유해야 할 기술은 상당히 많다. 최근 10년간 우리나라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IT(정보통신기술)을 비롯하여, BT(바이오기술), ET(에너지기술, 환경기술), CT(문화기술)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마켓으로 진출해 성공을 거둔다면, 세계 2위에 오른다는 것이 전혀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다. 더구나 우리에게 아직 부족한 NT(나노기술, 뉴로기술), ST(우주항공기술)도 빨리 개발, 확보하면 세계 2위 자리에 더 빨리 이를 수 있다. 한 분야에서의 기술 진보는 다른 분야에서의 기술 진보를 계속적으로 유발하므로 한 나라의 전반적인 기술 수준은 더욱 빨리 업그레이드 된다. 물론 지나친 기술 진보는 자칫 하면 기술지상주의로 흐를 우려가 있다. 하지만 기술 확보는 기업의 경쟁력, 국가의 경쟁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중대 사안이다.

우리나라의 현재 주력 산업은 반도체, 조선, 자동차, 휴대전화, 석유화학이다. 이 빅5 산업은 2006년 한국 수출액의 50%를 차지했고, 무역수지 흑자는 846억 달러에 달했다. 물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이 되었기 때문에 빅5 산업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FTA로 이득을 보는 산업으로는 자동차, 섬유, 철강, 전자를 꼽고 있으며, 손해를 보는 산업으로는 농축산업, 식료, 의약, 정밀기계, 미디어(영화, 방송)를 꼽고 있다. 그러나 손해가 예상되는 산업의 경우도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구조조정과 자기변신을 통해 오히려 효자산업이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의 단호한 대응과 변신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경제 규모가 커져도 고용이 그에 따라 커지지 않아서 큰 고민이다. 2006년 20대와 30대 인력의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었다. 반면 40대와 50대는 비정규직 취업이 늘어나 전체적으로 고용이 늘어났다. 국가 경제 전체적으로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현상이다. 제조업에서 고용 성장 기회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어차피 서비스업에서 고용기회를 늘리는 수밖에 없다. 고용이 늘지 않으면 정부의 사회복지 부담이 늘게 되어 재정 적자도 유발하게 되기 때문에 고용 기회 창출은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의 양적 성장과 함께 질적인 변화를 심하게 겪고 있다. 노령화 사회의 급진전, 최저 출산율 기록, 만혼과 이혼, 싱글의 급증, 여성의 사회진출 가속화, 소득분배의 양극화, 부동산 가격 폭등, 서비스 경제의 고급화와 팽창, Web2.0 부상, 프로슈머의 등장, 유기농 수요 급증, 글로벌화 가속, 라이프스타일의 다양화가 바로 그런 징후들이다. 경제와 연결되는 사회현상 측면을 보면, NGO의 파워 상승,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조, 대통령 리더십 추락, 지구온난화 가속화를 들 수 있다.

새로운 자본, 새로운 경제학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의 세가지 축을 말할 때 경제, 사회, 환경을 든다. 언뜻 보기에는 이 세가지가 병렬로 위치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이 세가지는 포함관계에 있다. 경제가 제일 안에 있어 사회가 경제를 감싸고 있고, 환경이 사회를 다시 감싸는 형국이다. 이를 자본 형태로 봐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싫든 좋든 자본주의 경제에서 살고 있다. 자본 하면 어떤 자본이 생각나는가. 기계 같은 물적 자본(manufactured capital)이 있는가 하면 인간 노동 같은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 있고, 현금, 주식, 채권 같은 금융자본(financial capital)도 있다.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에 특히 부족하다고 평가받고 있는 사람들간의 신뢰 같은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도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경제, 사회를 에워싸고 있는 환경을 비롯한 자연 자본(natural capital)이 있다. 또 인적 자본과는 별개로 지식 자본(Knowledge Capital)을 추가할 수도 있다. 우리가 자본주의 하면 보통 물적 자본과 금융 자본만을 생각하게 되는데 인적 자본, 사회적 자본, 자연 자본도 매우 중요하다. 사회적 자본이 위에서 말한 사회이고 자연 자본이 바로 환경이다.

이런 자본들이 잘 축적되어야 이 자본에서 플로우가 잘 흘러나와야 경제가 잘 풀리는 것이다. 위에서 말한 5가지 자본들은 균형을 이루며 성장을 해야 한다. 5가지 자본 중에 4가지는 잘 성장해도 하나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면 가장 낮은 자본에 의해 그 사회는 발목이 잡히게 된다. 사회가 심한 갈등을 겪으면 구성원간에 신뢰가 부족하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 또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 그로 인해 구성원들의 건강이 나빠져 경제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경제가 아무리 좋아져도 구성원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이스터린의 역설에서 잘 보여주고 있듯이 선진국의 일인당 국민소득은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지만 국민들의 행복도는 전혀 상승하고 있지 못하다. 이러한 역설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인가, 아니면 국가와 기업, 국민의 노력에 의해 이러한 역설을 깨뜨릴 수 있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요즘 행복경제학이라는 분파가 새로 생겨나고 있다.

세계 경제학계는 이른바 주류경제학, 즉 신고전파경제학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경제학의 매력이 과거 전성기였던 1950년대~60년대에 비해 많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자본주의 경제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어찌 생각하면 경제가 잘 나름대로 굴러가고 있기 때문에 경제학에 대한 니즈가 줄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주류 경제학을 보완하거나 대항하는 비주류 경제학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진화경제학, 생태경제학, 복잡계경제학, 제도경제학, 사회경제학, 여성경제학, 포스트케인지언경제학, 막시즘 경제학, 구조주의경제학, 급진정치경제학, 신오스트리아경제학, 행동경제학, 행복경제학이 바로 그렇다. 이 중에 현실 설명 능력이 떨어지는 경제학은 점차 탈락할 것이고 현실 설명 능력이 생기는 경제학은 새로 태동할 것이다. 그리고 그중 일부분은 주류경제학에 편입될 수도 있다. 요즈음은 행복경제학이 한창 기세를 올리고 있다. (삭제 요망)

물론 이 책은 경제학의 여러 분파의 최근 상황에 대해 소개하는 책은 아니다. 오히려 이런 다양한 시각으로 우리나라 경제의 여러 현상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에 대한 향후 전망을 해보는 자리이다. 이 책의 구성을 어떻게 할까에 대해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하지만 개인, 기업, 국가, 그리고 산업 차원의 다소 전통적인 방법을 택하기로 최종 결정을 내렸다. “파트 1 : 생존을 넘어 희망으로 가는 인생 경제학”에서는 개인 차원의 경제 지식과 감각을 소개하고, “파트 2 : 디지털 시대의 기업 경쟁력을 위한 경제학”에서는 기업 차원의 경제 문제와 해결책을 다루었다. “파트 3 : 강하고 따뜻한 국가를 만드는 경제학”에서는 국가 차원을, “파트 4 :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미래 산업의 경제학에서는 산업 차원을 다루었다.

25인 저자를 대표해
BBC 회장 김민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