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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컨설팅 회사인 (주)리드앤리더의 김민주 대표가 2007년 6월 [글로벌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책을 교보문고에서 출간했습니다. 이 글은 책의 앞 부분에서 저자가 쓴 서언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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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언 : 유럽은 왜 환경 문제에 관심이 제일 많은가

여행은 즐거운 고생이다.

우리가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뭔가를 포기해야 한다. 우선 시간과 돈을 포기해야 한다. 여행을 하기 위하여는 진행중인 일들을 중단해야 하고 여행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기 위하여는 모험심이 필요하다. 자신이 평소에 자주 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익숙치 못하고 마시는 말이 다르기 때문에 배탈이 날 수도 있고 기후가 달라 신체가 빨리 적응하지 못해 몸에 탈이 날 수 있다. 또 시차가 많이 나는 곳에 가면 생체 시계에 이상이 생기기도 한다. 그리고 여행을 가는 도중에 비행기나 배에 사고가 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하지만 여행을 가면 좋은 점도 있다. 평소의 환경과는 상당히 다른 곳에 가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볼 수 있다. 새로운 것은 흥분이고 기대감이다. 다르고 새롭기 때문에 많이 배울 수 있고 사업 아이디어가 생기기도 하고 그곳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업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새로운 환경은 나를 리프레시할 뿐 아니라 나에게 잠재되어 있던 호기심과 용기를 북돋운다. 생동감을 주는 것이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본다’라는 말이 있다. 똑같이 보고 왔는데 어떤 사람들은 별로 보지 못했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은 것을 배우고 온다.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다. 과거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럽 여행을 갈 때 주마간산식으로 보고 왔다. 일주일 유럽 여행 프로그램인데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을 후루룩 보고 온다. 너무 바삐 여행이 진행되는 바람에 몸에 탈이 나는 경우가 생긴다. 그런데 이제는 유럽을 한번씩은 다녀온 사람들이 늘어나서인지 여행의 속도가 느려졌다. 아예 어떤 사람들은 일주일에 한 나라에서만 체류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은 프랑스 교외의 어떤 성에 한 달간 체류하면서 프랑스의 여기 저기를 보고 오기도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테마를 하나 정해서 그 테마 중심으로만 보고 온다. 예를 들면 여러 도시에 있는 유럽 미술관만 돌고 온다든지, 아니면 명품 쇼핑만 하고 오기도 한다.

그런데 필자는 2006년 9월에 유럽에 태마 여행을 다녀 왔다. 방문의 목적은 유럽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번에 나와 동행한 사람들은 8명이었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를 포함하여 3명, 롯데백화점 2명, 리드앤리더 2명, 조선일보 기자 1명, 동아일보 기자 1명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 영국과 독일 기업들과 인터뷰를 예약해 두었기 때문에 여행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었다. 물론 여행을 떠나기 전에 우리가 방문하려고 하는 기업과 조직들에 대해 사전 조사를 했기 때문에 인터뷰도 실속있게 진행되었다. 현지에서 가이드를 해주는 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현지 사정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또 9명이 같이 갔기 때문에 같은 것을 보더라도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보다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한 사람이 놓친 것도 다른 사람들이 발견했기 때문에 훨씬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말해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테마 여행을 재미있게 한 것이다. 여행의 어원인 travail(고통)에서 알 수 있듯이 여행은 고생이다. 하지만 원해서 가면 즐거운 고생이다.

유럽 기업들의 친환경성 그리고 그 이유

그런데 우리는 선진 기업과 조직들의 환경 경영을 알아보기 위해 왜 유럽을 선택했을까. 왜 미국과 일본, 중국, 남미를 가지 않았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환경 문제에 대해 유럽이 가장 먼저 관심을 기울였고 정부와 기업, 그리고 소비자들이 이에 적극 동참하여 조직적으로 대처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선진국을 유럽과 미국, 일본으로 크게 나누었을 때 환경 문제에 대한 적극성 면에서 미국이 가장 떨어지고 그 다음이 일본이고 유럽이 가장 높다. 유럽에서도 북유럽이나 스위스처럼 호수를 많이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의 친환경성은 특히 높다. 특히 북유럽 국가들은 호수를 너무 깨끗하게 유지하기 때문에 물이 너무 투명하여 고기들이 몰려오지 않는다고 어부들이 불평을 할 정도이다.

유럽기업들은 얼마나 친환경적일까. 여러 조사 결과를 보기로 하자. 스위스 다보스포럼이 발표한 2006년 세계 100대 지속가능기업(Global 100)의 국가별 분포를 보자. 영국이 30개로 가장 많고 미국이 17개로 2위다. 미국 기업의 막강 파워를 감안할 때 영국기업의 독주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3위는 일본 10개, 4위 스웨덴 7개, 5위 독일 6개, 6위 캐나다 5개, 7위는 4개로 스위스와 네덜란드가가 차지하고 있다. 그에 이어 핀란드, 덴마크, 호주, 프랑스, 스페인,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벨기에, 오스트리아가 랭크되어 있다. 전체 17개 국가 중에 유럽 기업 상당수가 지속가능 경영을 유난히 많이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지표로 다우존스 지속가능(DJSI) 기업의 2006년 분포를 보면 영국 기업이 69개로 가장 많고 2위가 미국 기업이 68개, 3위가 일본 기업으로 36개 있다. 막강한 미국 기업과 일본 기업의 세력을 감안하면 미국과 일본 기업 수는 훨씬 적은 편에 속한다. 지속가능경영을 하는 영국 기업이 많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그 뒤를 이어 4위 프랑스, 5위 독일, 6위 호주, 7위 네델란드, 8위 스위스, 9위 캐나다, 10위 스페인, 11위 이탈리아가 자리 하고 있다.

여기에서 언급한 통계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왜 유럽에 친환경적인 지속가능 기업들이 많은 것일까. 그리고 최근 들어 환경 이슈 중에 많은 주목을 끌고 있는 지구온난화 이슈에 왜 유럽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일까.

우선, 지구온난화로 수면이 올라가면 해변이 많은 유럽으로서는 피해를 많이 보지 않을 수 없다. 예를 들면 네델란드 국토의 상당 부분이 물에 잠기게 되고 지중해의 베네치아 또한 수면에 잠기게 된다. 또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게 되면 멕시코 난류가 유럽까지 올라가지 못하게 되므로 유럽이 빙하기에 가장 빨리 들어가게 된다. 그러면 에너지가 부족한 유럽으로서는 치명적인 기후 재난을 맞게 되는 것이다.

둘째, 유럽은 16세기에 소빙하기를 경험한 바 있다. 기온이 크게 떨어져 농산물 작황이 크게 악화되어 경제상황이 좋지 않게 되었고 이로 인해 신대륙을 찾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여튼 소빙하기 경험을 가졌기 때문에 유럽들은 앞으로 다가올 지도 모르는 빙하기의 위협에 대해 훨씬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더구나 유럽은 자원과 에너지 자체에 대해서는 빈국이기 때문에 환경 위기나 에너지 위기가 도래하면 자원 가격이 폭등하게 되어 훨씬 그 파급효과를 크게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구온난화와 직접적으로 관련성은 적으나 유럽인들이 환경 문제에 적극적인 이유로 또 무엇이 있을까.
셋째, 유럽은 미국, 일본에 비해 사회주의 전통이 깊다. 따라서 기업들이 단기적인 수익도 중요하지만 기업 활동이 사회나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평소에 중시하여 왔다. 최근 들어와 독일이나 스웨덴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 중도 우파가 집권을 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복지국가, 사회국가 개념이 강하다. 따라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이나 환경경영이 일반화되었기 때문에 유럽은 친환경적인 측면이 강하다. 유럽 정부들은 환경 규제에 대해 적극적이고 일찍부터 환경세를 부과해 오고 있다.

넷째, 유럽의 소비자들은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친환경적이다. 이들이 예전부터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올라감에 따라 자신의 건강에 대한 가치가 올라가게 되고 더불어 좋은 환경에 대한 니즈가 올라간 것이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들은 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로하스적이고 웰빙적이고 화학성분에 대한 혐오감이 심하다. 이탈리아인들은 전력 발전이 환경을 악화시킨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국민투표에 의해 자신의 나라에서 발전하는 것을 거부하고 프랑스로부터 전력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소득 수준이 높은 유럽인들은 유기농 식품에 대해서는 가격이 더 높더라도 구매를 할 수 있는 구매력을 가지고 있다. 경제학에서는 환경을 사치재로 보고 있다. 일인당 소득이 올라가면 자신의 건강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므로 환경의 중요성을 더욱 느껴 환경을 위해서라면 소비를 더 하려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섯째, 전 세계적으로 WTO 체제가 정착되어 있으므로 유럽 기업들은 타국가들의 제품이 유럽에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상품에 대한 환경기준치를 높게 적용하여 수입 규제 방안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이러한 친환경 제품이 다른 제품에 비해 차별적인 경쟁력 우위를 가진다고 예측하고 있으므로 기업들은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은 친환경 상품을 개발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

우리는 이번 유럽에 가서 무엇을 보았을까. 영국의 경우 런던에서 영국표준협회, 막스앤스펜서, 부츠, 런던습지센터, 리치몬드파크, 삼성전자 유럽본부, 내셔널트러스트 매장을 방문했고, 런던에서 자동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왕립조류협회도 방문했다. 독일에서는 뒤셀도르프의 헹켈, 뒤셀도르프에서 1시간 남짓 떨어진 조그만 마을 라인베르크의 메트로, 함부르크의 오토 등 3개 회사를 방문했다. 영국에서 독일로 가는 중간에 주말을 애용하여 이탈리아 밀라노도 방문했다. 밀라노에서는 두오모 광장과 스포르츠카 성, 컨벤션 센터를 비롯하여 삼성전자 이탈리아 지사장을 만났다. 주말이 아니었다면 밀라노에서 1시간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에르메네질도 제냐 본사를 방문할 수 있었는데 주말이어서 방문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특히 에르메네질도 제냐 본사는 산골에 위치하여 환경경영을 잘 하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이번에 직접 가보지 못했지만 환경재단의 이은희 부장이 홀로 방문했던 남독일의 프라이부르크 이야기도 곁들인다. 이번 유럽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 환경재단의 최열 대표와 이미경 처장이 홍콩에서 만났던 앨 고어가 줄곧 주장해왔던 지구온난화 이야기를 이 책에서 아주 강도 높게 이야기할 것이다. 또 이번에 직접 방문하지는 못했지만 이 책에는 유럽의 환경 이슈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추가했다. 예를 들면 이탈리아의 베니스와 네델란드 폴더의 수몰 위기, 이탈리아의 슬로푸드 운동, 관광객이 너무 많아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스위스 산간 마을, 너무 깨끗해서 고기가 살지 못하고 있는 북유럽의 호수, 청정 국가를 만들기 위한 아이슬랜드의 수소 경제, 동토에서 벗어나는 그린랜드, 풍력, 태양열 같은 대체에너지, 유럽의 용맹스러운 시민단체 이야기도 한다. 물론 유럽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 일본, 우리나라의 환경 이야기와 시사점을 곁들인다.

감사의 말씀

이 책을 내게 된 데에는 롯데백화점과 환경재단의 도움이 가장 컸다. 롯데백화점은 2년 전부터 환경경영을 전사적 차원에서 적극 추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혼자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 이슈에 정통한 환경재단과 공동으로 추진하여 왔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동안 환경경영을 추진한 것을 토대로 하여 롯데백화점은 2년에 걸쳐 2차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해왔는데, 앞으로 더욱 본격적으로 지속가능 경영을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1년 전에는 롯데백화점과 환경재단이 환경 현황 조사를 하기 위하여 일본과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어느 국가들보다 지속가능경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유럽국가들을 방문한 것이다. 더구나 롯데백화점은 여행에서 배운 다양한 지식을 혼자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모든 국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이를 책으로 내는 것에 대해 흔쾌히 승락했다. 왜냐 하면 우리나라의 다른 기업들이 현재보다 훨씬 강화된 형태로 환경경영, 지속가능경영을 하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환경재단은 2006년 11월로 창립 4주년을 맞이하였는데 그동안 환경단체와 기업들을 잇는 교량 역할을 많이 수행하였다. 그리고 환경 경영을 하고 싶어도 잘 할 수 없었던 기업들에 대해 많은 지식과 정보를 제공해줌으로써 우리나라 기업의 환경 경영 수준을 한 단계 올리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환경 경영에 관심이 많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만분클럽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이제 친환경 브랜드로 기업들과 함께 2007년에 로하스(LOHAS) 브랜드를 새로 출범시킬 예정이다. 여기에는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은 스타를 홍보대사로 영입할 예정이다.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스타의 파워는 대중을 대상으로 공익적인 일을 알릴 때 매우 강력하다.

자, 이제 환경을 테마로 한 유럽 여행을 신나게 떠날 때가 왔다. 여러분은 몸소 여행을 하지 못했지만 필자가 마치 독자 여러분과 함께 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물씬 들도록 할 것이다. 기대해도 좋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