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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경제학] (부제 : 경제를 움직이는 인간 심리의 모든 것) 책에 대한 서평입니다.

저자 : 도모노 노리오
출판사 : 지형
출간일 : 2007년

노벨경제학상은 1969년부터 2006년까지 38년간에 걸쳐 총 58명에게 수여되었다. 물론 경제학자들이 대부분 수상을 했다. 하지만 경제학자가 아닌 사람들이 수상을 하기도 했다.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실제 주인공이었던 존 내쉬처럼 수학자(1994년 수상)도 있었고, 허버트 사이먼(1978년 수상)과 다니엘 카너먼(2002년 수상)처럼 심리학자도 있었다.

잘 알려져 있듯이 경제학은 이기적 인간의 합리적인 선택을 다루는 학문이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이 a 보다 b를 선호하고 또 b 보다 c를 선호한다면 그 사람은 당연히 a 보다 c를 선호해야 한다. 그래야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어리숙한 사람은 때때로 c보다 a를 선호한다. 사람이 이렇게 비합리적으로 선택하는 행위를 경제학은 용인하지 않지만 심리학에서는 용인한다. 심리학은 규범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상으로 나타나는 행위를 설명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행위 중에 이렇게 비합리적인 현상은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똑 같은 돈인데도 공돈이라면 함부로 써버린다. 면밀한 조사를 거쳐 어떤 상품을 사겠다고 마음을 정해놓고서도 실제 매장에 가서는 전혀 엉뚱한 상품을 사버리지 않는가. 비만이 몸에 좋지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먹어 비만해지고 또 뒤늦게 다이어트 하느라 돈을 써대는 것이 바로 우리 인간이다.

얼핏 보면 이렇게 이해되지 않는 현상을 설명하려고 노력한 심리학자들이 있다. 허버트 사이먼과 워드 에드워즈가 선구적으로 시작한 이후 에이모스 트버스키와 다니엘 카너먼이 이를 크게 발전시켰다. 허버트 사이먼에 의하면 인간은 효용극대화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인간은 선택에 필요한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분석 역량의 한계 때문에 제대로 정보 처리를 하지 못한다. 이처럼 신이 아닌 보통 인간은 제한된 합리성을 추구할 뿐이다.

아직까지 경제학에서 금과옥조로 삼는 기대효용이론이 있다. 행동의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경제주체는 결과에 대한 효용기대치에 입각하여 합리적인 판단을 내린다는 이론이다. 그런데 실제 인간의 행동을 보면 이 이론이 예측하는 것과는 달리 나타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인간은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확률이론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 방식으로 판단한다. 이처럼 주먹구구 방식, 즉 휴리스틱(heuristic)한 방식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편향(bias)된 판단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의 비합리적 판단을 기본으로 하여 이들 심리학자들은 프로스펙트 이론을 1979년에 제시하였고 이것이 이른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탄생의 배경이 되었다.

행동경제학은 인지심리학, 사회심리학, 진화심리학처럼 심리학만 경제학에 적용하지 않는다. 사회학, 윤리학, 철학, 인류학, 진화생물학, 행동생태학, 생리학, 뇌신경과학도 경제학에 접목한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학문의 종합선물세트처럼 보이는 행동경제학을 너무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행동경제학을 알기 쉽게 설명해주는 책 [행동경제학]이 최근에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기술의 놀라운 발전으로 인해 우리는 보다 이성적인 시대로 갈 줄로 예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상과는 달리 감성이 오히려 중요해지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너무 이성적이 되었기 때문에 감성적인 사람이 차별성을 가져 오히려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소비자와 기업들은 앞으로 갈수록 예외적인 선택과 행동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행동경제학을 보다 잘 이해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세상에는 소위 신고전파경제학이라 불리우는 주류경제학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도경제학, 진화경제학, 생태경제학, 여성경제학, 복잡계경제학, 사회경제학, 포스트케인지언경제학, 막시즘 경제학, 구조주의경제학, 급진정치경제학, 신오스트리아경제학, 행복경제학 등 많은 비주류 경제학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행동경제학도 여전히 비주류경제학에 속해 있다. 하지만 기술적 이론인 심리학과 규범적 이론인 경제학의 접경 부분을 다루는 행동경제학은 비주류경제학이면서도 주류경제학을 보완하는 매우 중요한 분야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