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Knowledge is Power

이 글은 2006년 9월 교보문고에서 출간된 [립스틱 바른 돼지] 책을 위해 필자가 쓴 추천사이다.
리오르 아루시가 [PASSIONATE & PROFITABLE]라는 제목으로 쓴 책이다.

추천사 : 화성에서 온 고객, 금성에서 온 기업

마케팅 원론 책을 보면 초반부에 마케팅에 대해 정의가 내려진다. 어떤 정의는 읽어도 이해하기 정말 어렵고 또 다른 정의는 너무 단순하여 이것이 과연 정의일까 하는 의혹이 들 정도다. 쉬운 정의 중 하나로 ‘마케팅이란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신규 고객을 새로 유치하는 행위이다’가 있다. 또 더 쉬운 정의로는 ‘마케팅은 고객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모든 것이다’가 있다. 이 마지막 정의가 어떤가. 내가 생각하기에는 고객 중심의 마케팅 컨셉에서는 이 정의가 가장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업이 고객 중심으로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지만 막상 이를 실행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말이 있듯이 남성과 여성은 유전적으로나 사고방식, 행동상에 차이가 많다. 그런 의미라면 고객과 기업도 기본적으로 많이 다르지 않을까. 이 책의 저자가 ‘화성에서 온 고객, 금성에서 온 기업’이라는 말을 평소에 즐겨 한다고 했는데 이는 상당히 맞는 지적이라고 본다. 기업은 매우 순간적이고, 거래 및 수익 중심적인 관계를 하고 있는 반면, 고객들은 오랜 기간 동안 헌신을 하는 관계를 찾고 있다. 고객과 기업이 체질적으로 아무리 다르라고 하더라도 고객이 고객에게 구애를 하여 양자간의 갭을 메꾸려는 행위가 바로 마케팅이 아닐까.

이 책을 보면 기업은 고객에게 구애하기 위해 끊임없이 감성적으로 체험적으로 접근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또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행동을 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고객관리가 이성적인 IT 고객관계관리 시스템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 유통 기업들이 비용이 많이 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플래그십 스토어(Flagship Store)를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다. 원래 명품 기업들이 자사 브랜드들을 집결하여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달하는 한편 매출도 올리자는 목적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를 만들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이 매장에서 회사의 감성 이미지를 충분히 전달받게 되고 다양한 상품을 체험할 수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매장에서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어 안테나샵 기능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의류회사, 화장품 회사, 전자 회사도 플래그십 스토어를 경쟁적으로 만들어 브랜드 아이덴티티보다는 매출 강화에 주력 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분명히 잘못된 방향이다.

돈이 많이 들든 적게 들든 간에 마케팅을 하고 있지 않는 회사는 없다. 하지만 나름대로의 타성과 미신에 젖어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이 어떤 면에서 마케팅의 중요한 측면을 놓치고 있는 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고객 중심 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서 실수하게 되는 이유 10가지를 선정하여 설명을 하고 있다. 또 고객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전략 10가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하고 있다. 고객 중심 마케팅을 하기 위하여는 광고나 PR,프로모션만으로는 충분치 못하다. 고객을 진심으로 위하는 다양한 노력이 더불어 필요하다. 고객을 직접 만나는 보병인 영업직원, 멀리서 지원하는 포병인 마케터, 그리고 이러한 마케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도록 조직시스템과 조직문화를 만드는 스탭들이 잘 어우러지는 회사가 바로 우리가 원하는 마케팅 컴퍼니다.

고객은 절대로 바보가 아니다. 정보가 넘치는 요즘 사회에서 고객은 회사보다 더 많은 사실을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 책의 제목은 [립스틱 바른 돼지]이다. 돼지에게 립스틱을 발라 약간 화장을 해준다 하여 고객이 화장한 돼지를 보고 속는 그런 세상은 지났다. 평소에 알고 지내는 한 분이 최근에 나에게 특이한 화장품을 하나를 건네 주었다. 내 눈썹 끝부분이 희미하다고 하면서 이 화장품을 바르면 눈썹이 더 강조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말이다. 이 화장품은 단순한 연필 형태가 아니라 진짜 눈썹들이 많이 들어있어 바르면 진짜 눈썹처럼 달라 붙는 형태였다. 나는 용기를 내서 이 것을 바르고 사람들 앞에 내 모습을 드러내 보이려고 한다. 립스틱 바른 돼지처럼 사람들이 곧장 알아차릴지 아니면 내가 부드럽게 소화하여 눈치를 채지 못할 지 반응이 궁금하다.

회사와 고객간의 끊임없는 긴장된 게임이 바로 마케팅이다. 고객은 이성적인 측면의 로고스(logos)와 감성적인 측면의 파토스(pathos)를 모두 지니고 있는 존재이다. 여러분의 기업이 만약 로고스만을 그동안 강조해왔다면 앞으로는 파토스에 더욱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이 책의 원제가 [Passionate & Profitable]이듯이 저자는 이 책 여기저기에서 파토스가 수익의 원천임을 항상 강조하고 있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www.emars.co.kr)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