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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와 새로운 말이 우후죽순처럼 많이 생기고 있는데 ‘설득산업’이라는 말도 생겼다. 어떤 직종이 설득산업에 들어갈 수 있을까. 우선 변호사가 들어갈 수 있고, 광고대행사, PR대행사도 포함된다. 또 로비스트, 홈쇼핑TV의 쇼호스트, 이미지 컨선턴트, 기업의 마케팅,PR,영업 담당자도 들어가지 않을까. 이처럼 따져 보면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설득산업에 종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2,500년 전에 아리스토텔레스는 내가 상대편을 설득하려면 세가지가 필요하다고 설파했다. 논리를 의미하는 로고스(logos), 감성을 의미하는 파토스(pathos), 신뢰를 의미하는 에토스(ethos)가 바로 그렇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에 논리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상대편의 수준이나 분위기에 따라 나의 메시지 전달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그리고 내가 상대편으로부터 얼마나 신뢰를 받고 있는가에 따라 내가 하는 말에 대해 상대편의 평가는 천양지차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러한 설득의 필요조건 3가지는 거의 진리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설득은 커뮤니케이션의 한 부분에 해당되지만 매우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에 해당된다. 상대편과 부담없이 잡담을 하거나 정보를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상대편의 결정을 이끌어내기 위하여 설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와서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 정보를 접하고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의 제약이 심해졌다. 그래서 예전과는 달리 상대편에게 제안을 할 때 허용되는 시간이 훨씬 단축되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를 같이 타고 가는 아주 짧은 시간 15초 정도 안에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상대편에게 일목요연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훌륭한 설득자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제안서를 만들어야 상대편을 단숨에 설득할 수 있을까. 물론 여기에 왕도는 없다. 하지만 많은 경험을 통해 압축된 가이드라인은 분명히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KISS(Keep It Short and Simple)를 지키라는 것이다. 짧고 간단하게 메시지를 만들라는 것이다. 어려운 표현과 우회적인 표현을 삼가야 한다. 어렵게 표현하는 사람은 자신이 그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아니면 자신이 잘났음을 보여주기 위해 포장하고 있다. 과거에는 그렇게 고차원적으로 보이려고 해도 속아넘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상대편도 많이 똑똑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쉽사리 속아넘어가지 않는다. 짧고 간단하게 자료를 만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을 해라. 이를 잘 못하면 KISS에 S가 하나 더 붙어 KISSS가 된다. 여기에서 마지막 S는 Stupid를 의미한다. (Keep It Short and Simple, Stupid)

오컴의 면도날 법칙(Ockham’s Razor Law)이라는 것이 있다. 오컴은 유럽 중세시대의 유명한 철학자가 한 말이다. 어떤 것을 설명하는 데 어렵게 설명하는 방식과 쉽게 설명하는 방식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방식이 옳은 해답이라는 것이다. 설명은 단순할수록 뛰어나다. 상대편에게 설명을 하는데 직감적으로 이해가 되도록 설명하라. 사람들은 상대편의 이야기를 듣고 2초만에 결정을 내린다고 한다. 이른바 블링크(Blink)적인 판단이다. 우리가 오컴의 법칙에 따라 쉬운 설명을 택하면 상대편은 블링크적인 판단으로 결정을 하고 그 결과 당신의 설득은 성공한다.

맞은 메시지를 아무리 짧고 쉽게 전달하더라도 초기에 상대편을 관심을 확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죽여주는 킬러 스토리(killer story)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하여는 자신이 말하려고 하는 메시지에 아주 적절한 스토리를 찾아야 한다. 이 스토리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나 사례일 수도 있고 허구로 만들어진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허구라 하더라도 상대편이 금방 이해할 수 있는 그런 허구이어야 한다. 또 이러한 스토리가 재미있다면 금상첨화이다.

설명의 객관적인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숫자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매우 적합한 숫자만을 선별적으로 골라야 한다. 불필요한 숫자들을 더 열거하면 상대편의 관심을 흩뜨릴 뿐이다. 그리고 상대편이 숫자에 대해 추가 질문을 할 것에 대비하여 좀더 자세한 숫자들을 기억해두어야 한다. 숫자에 관한 추가 질문에 대해 당신이 확실하게 답변을 한다면 당신의 설득력은 더욱 강화된다.

많은 사람들이 무시하고 있지만 상대편을 설득할 때 상당히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당신의 목소리다. TV홈쇼핑에서 소비자가 상품을 살 때 쇼호스트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쇼호스트의 여러 특성 중에서 목소리가 상품 구매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목소리는 단지 음색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신뢰를 가지고 있으면 그 목소리는 더욱 설득력을 가지게 마련이다. 상대편을 설득하려면 당신 자신이 제안서와 메시지에 대해 확신을 가져야 하며 실행 전에 리허설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이럴 때 연극적인 상황에서 훈련을 하면 매우 좋다. 연극은 관객들과 매우 가까운 자리에서 직접 대화를 하지 않는가. 더구나 관객을 감동으로 몰아가야 우리는 그를 좋은 배우라고 칭송한다.

우리는 일생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리고 상대편을 설득하면서 혹은 내가 설득당하면서 살아간다. 내가 상대편을 많이 설득할수록 나는 나의 방식으로 삶을 영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짧고 간결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제안서를 작성하여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당신은 인생을 좀더 주도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 이 글은 LG CNS 사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