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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에 리드앤리더의 김민주 대표가 쓴 [로하스 경제학] 책이 나왔습니다.
지구와 인간을 위한 환경과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책입니다.
여기 저자 서문을 올립니다.

제목 : 로하스 경제학
저자 : 김민주
출판사 : 미래의창
출간연도 : 2006년 10월

문명의 흥망성쇠는 환경이 좌우한다

우리 지구 최초의 문명은 기원전 4세기 경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유프라테스 강변에 위치한 수메르 문명이라고 알고 있다. 이 문명은 댐을 만들어 관개 체계를 잘 갖추어 농업이 크게 번성했다. 그런데 이 댐에 있던 물이 지하에 자꾸 스며들자 염분이 있었던 지하수가 지표면으로 밀려 올라오면서 문제가 생겼다. 토양에 염분이 많아지면서 토지의 생산성이 떨어져 곡물 생산성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수메르 사람들은 종전의 밀에서 염분에 강한 보리로 곡물을 바꿨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이 때문에 수메르 문명은 지상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수메르인들은 자연에 도전하여 문명을 세웠지만 결국 자연에 의해 공격을 받아 무너진 것이다.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도 인구가 늘어나면서 먼 곳으로 돌고래를 잡으러 가기 위해 큰 나무들을 벌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무들이 점차 없어지면서 카누를 더 이상 만들 수 없었고 돌고래를 잡을 수 없게 되자 식량이 부족해 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게 되었다. 제한된 공간에서의 인구 증가가 이스터 사람들의 생존 자체를 위기에 빠뜨린 것이다.

유럽 벨기에의 플랑드르 지역에 있는 브뤼헤는 12세기에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이후 13~14세기에 걸쳐 지중해의 베네치아와 함께 북유럽에서 가장 활발한 중계무역항이 되었다. 유럽의 여러 강들이 모여드는 곳이어서 육지와 바다를 연결하는 좋은 길목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항구는 15세기에 이르러 제대로 작동을 하지 못했다. 이유는 브뤼헤 앞 즈웨인 만(灣)에 토사가 많이 쌓여 큰 배가 진입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들이 진입하기가 쉬운 앤트워프로 이동하면서 북유럽 최고의 무역항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수메르 도시, 이스터 섬, 브뤼헤 항구의 환경문제가 지금 발생했더라면 첨단기술로 문제점을 쉽게 파악해 해결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05년에 발생했던 카트리나 허리케인이 멕시코만의 딥사우스(Deep South) 지역(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주), 특히 뉴올리안즈를 송두리째 덮쳐 물바다로 만들었을 때 왜 자랑스러운 첨단기술로 이를 능히 막지 못했을까. 우리나라에 수시로 몰아닥치는 태풍과 집중호우로 빚어지는 막대한 자연재해에 대해서도 우리는 아직도 속수무책이다. 인간은 환경을 어느 정도 지배하면서 문명을 이룩해 왔지만 아직 우리는 환경을 충분히 통제하지 못하고 있다. 먼 미래에는 놀라운 기술로 환경을 모조리 좌지우지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전에 우리 인간이 이룩한 문명은 환경의 재앙으로 인해 순식간에 몰락할지도 모른다. 지구상의 동물들은 자기들끼리 인간을 뭐라고 부르는지 아는가. ‘벼락부자’라고 부른다.

로하스 기업이 중요하다

3년 전 필자는 국내 대기업 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과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그 당시 웰빙이 한창 기세등등할 때였다. 그리고 로하스(LOHAS : Lifestyle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라는 말이 우리나라에 갓 도입되었을 때였다. 개인의 건강은 물론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포함한 로하스가 앞으로 우리나라 마케팅의 주요 트렌드로 과연 부상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이다. 그 연구원은 우리나라 소비자의 정서상 로하스 소비를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고, 필자는 소비자의 의식과 소비 행태가 정말 바뀌어 로하스 시대가 본격적으로 올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이러한 논쟁에 대한 결론은 현재까지도 확실하지는 않다. 하지만 3년 전에 비하면 로하스 라이프스타일은 우리 생활에 훨씬 많이 스며들었고, 그 중요성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지구에 커다란 환경 재앙이 몰아닥친다면 이는 분명히 자본주의의 과도한 발달로 생길 것이다. 자본주의의 핵심 엔진은 무엇인가. 바로 기업이다. 정부가 아무리 국민에게 쓰레기가 많이 생기지 않도록 말을 해도 소비자가 길게 생각하지 못한다면 심각한 환경 문제가 생긴다. 또 소비자가 아무리 친환경적인 로하스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해도 기업이 자원을 흥청망청 쓴다면 역시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모든 소비자가 일치단결하여 친환경기업만을 선호하고 친환경상품만을 구매한다면 소비자에 민감한 기업들의 행태는 분명 바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는 절대로 한 방향으로만 움직이지 않는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현명치 못한 소비자가 항상 있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여러 경제주체가 있지만 지구의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주체는 역시 기업이다. 기업들은 지구상의 자원으로 상품을 만들고 판매하고 폐기물을 버린다. 생산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폐기물은 환경에 분명히 부담을 주지만 주인이 없거나 감독이 소홀하기 때문에 기업은 이윤극대화라는 목표 아래 이러한 환경 비용을 충분히 부담치 않고 지내왔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어 환경 위기 시그널이 쉴 새 없이 들려옴에 따라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크게 늘고 있다.

과거에 이윤 추구가 기업의 유일한 목표라고 외치던 때에 비하면 기업들이 많이 후퇴한 셈이다. 후퇴라기보다는 사회에 적응하고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지 않으면 기업 경영 자체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들은 지속가능경영을 자신의 잘못을 감추거나 외부의 압력을 피하기 위한 위기관리 차원에서 다루고 있다. 또, 일부 기업들은 존경받는 기업이나 장수기업이 되기 위한 방법으로 간주하고 있기도 하다. 이는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너무 자신들에게 편한 쪽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기업은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서 자신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직시하고 이에 대해 책임을 어떻게 져야 할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기여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입법, 사법, 행정, 언론에 이어 제5의 권부라고 일컬어지는 NGO의 파워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지구환경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의 환경 규제 또한 강화되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친환경 상품에 관심을 더욱 주고 있고 가격이 더 비싸더라도 자신의 건강이나 지구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다. 기부도 점차 늘고 있고, 자원봉사도 많이 하고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환경은 기업 경영의 족쇄가 아니다. 과거에는 어땠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친환경경영을 하지 않으면 이해관계자와의 충돌이 심해질 뿐 아니라 비용 감축과 신상품 개발, 신규사업 진출, 부가가치 창출을 하기가 힘들어진다. 기업이 환경경영을 적극적으로 봐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환경경영은 매우 중요하지만 지속가능경영의 한 축에 불과하다. 지속가능경영은 기업의 경제, 환경, 사회적인 면을 모두 강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환경경영을 많이 강조하지만 윤리경영, 나눔경영, 문화경영, 행복경영도 일부 다루고 있다. 그래야 기업은 지속가능경영을 할 수 있고, 소비자는 자신의 건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며 살 수 있는 로하스 라이프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다. 로하스 라이프스타일이란 자신의 건강과 환경을 해치지 않는 라이프스타일이다.

인도 철학에서는 사람이 자연과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야그나’'라고 부른다. 그리고 사회와 평화롭게 지내는 것을 ‘다나’, 자신의 내적 평화를 ‘사타스’라고 부른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야그나, 다나, 사타스를 잘하는 기업이 바로 로하스 경영, 지속가능경영, 그래서 한 발 더 나아가 행복 경영을 잘하는 기업이 아닐까.

이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보아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로하스 개념을 소개하고 왜 웰빙 다음의 화두로 로하스가 왜 등장하지 않을 수 없는지 그 배경을 설명한다. 로하스 인구는 얼마나 되는지 로하스 시장은 얼마나 큰지 구체적으로 어떤 로하스 시장이 뜰 것인지에 대해 설명한다. 또 로하스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소비 행태를 보이는지를 설명한다.

2부에서는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식품, 패션, 생활/전자제품, 주거, 운송, 관광, 도시, 서비스 등으로 편의상 나누어 각 분야에서 대표적인 로하스 기업들이 어떻게 환경경영을 하는지를 소개한다. 특히 마케팅 측면을 강조한다. 사례로 소개되는 기업으로는 벤앤제리, 스토니필드팜, 카길, 홀푸드마켓, 인앤아웃, 파타고니아, 팀버랜드, 제냐, 톰스오브메인, 아베다, 파나소닉, 애플, GE, 인터페이스, 토토, 퍼시스, 도요타, JR동일본, BP, 퓨처포리스트 등이 나온다. 이외에도 명상 비즈니스, 생태관광, 생태도시도 여럿 소개된다.

3부에서는 로하스 시장의 분석 결과 여러 가지 비즈니스 시사점들을 정리하고 의미 있는 포인트를 제안한다. 기업, NGO, 정부, 소비자별로 로하스가 이 세상에 정착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 지에 대해 제안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노아수와 임아수라는 가상인물을 등장시켜 그들의 로하스 라이프스타일이 어떠한지를 픽션(fiction)으로 보여 준다. 그러다 보면 독자 여러분들도 자신을 돌아다보는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나의 로하스 라이프스타일

필자는 특별한 일이 아니면 자동차를 운전하지 않는다. 주차를 하는 것이 귀찮기도 하거니와 지하철과 택시로 움직이는 것이 가장 편하고 빠르다고 생각한다. 직접 운전을 하지 않으니 움직이는 동안에 여러 생각을 할 수 있어서 좋다. 주말에는 격주로 등산을 한다. 마음 맞는 모임의 사람들과 함께 서울 근교에 있는 북한산, 청계산, 관악산을 번갈아 올라간다. 그리고 틈틈이 지리산이나 천리포수목원, 강원도 동강에 간다. 올 봄에만 동강에 네 번이나 다녀왔다.

지구상의 산에는 ‘세븐 서밋(Seven Summit)’이라는 것이 있다. 7개 대륙에서 제일 높은 최고봉이 7개 있다. 아프리카 대륙의 킬리만자로, 남아메리카의 아콩카과, 유럽의 엘부르즈, 북아메리카의 매킨리, 오세아니아의 코지어스코, 남극의 빈 매시프, 아시아의 에베레스트가 바로 그곳이다. 전문적인 등반가가 아닌 이상 이들 세븐 서밋에 등반하는 것을 꿈꿀 수도 없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는 문명의 때가 묻지 않는 오지 지역을 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필자가 아는 어떤 분도 에베레스트 산까지는 아니지만 히말라야 산맥에 가자고 나에게 권유하고 있다. 올해 지리산 종주는 처음으로 한번 도전해 보았다. 내년에는 백두산, 내후년에는 일본알프스, 그다음에는 유럽알프스, 마지막으로 히말라야를 도전해볼 생각이다. 과연 어디까지 진짜 갈 것인지도 궁금하다.

직접 산에 오르지 않을 때에는 틈틈이 영화를 보는데 인간이 환경으로부터 공격을 받는 영화 보기를 즐겨한다. 2004년에 방영되었던 <투모로우>도 그런 영화였지만 2006년 7월에 열린 시사회에서 <불편한 진실(The Inconvenient Truth)>이라는 영화를 미리 보았다. 미국 부통령이었다가 아슬아슬한 표 차이로 대통령 선거에서 석패를 했던 앨 고어가 환경 전도사가 되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강연하는 것을 담은 영화다. 앨 고어는 정말로 많은 데이터를 가지고 지구온난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인간이 이를 방치하면 어떤 비극적인 결말이 닥치고 말 것인지에 대해 우리를 설득하는 데 성공한다.

지구온난화는 가설이 아니라 사실이다. 그런데 지구온난화를 억제하면 손해를 보는 이해관계자들이 이를 자꾸 가설이라고 평가절하한다는 것이다. 평소에 보면 정치가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지만 이런 심각한 환경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가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면서 절감했다. 지구를 구하는 데에는 기업, 소비자, NGO도 기여하지만 정치가가 결국 용기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는 미국도 문제지만 우리나라도 문제이다. 우리나라 정치가들은 이 영화를 꼭 볼 필요가 있다.

원래 동물인 우리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다. 하지만 이타적이지 않으면 결국 자신의 생존이 위협을 받는다. 이기적이고도 이타적인 라이프스타일인 로하스(LOHAS)를 우리가 꼭 가져야 하는 절대적인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