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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는 최근에 뜨고 있는 마케팅 기법에 대해 알아 보기로 한다. 특히 명품 마케팅과 뉴로 마케팅을 중심으로 살펴 보자.

명품 마케팅

최근에 국내에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미국 노스웨스턴 대학을 갓 졸업한 풋내기 여성이 미국의 런웨이(Runway)라는 유명한 패션잡지의 걸출하나 괴퍅스러운 편집장의 제2 비서로 취직을 한 다음에 생기는 우여곡절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패션잡지 회사이기 때문에 많은 영화 화면에 쉴새 없이 등장하는 명품 브랜드 의상, 악세서리들이 관객의 눈을 어리둥절케 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같은 이름의 소설을 각색하여 만든 것인데, 20, 30대 여성들을 겨냥한 영미 대중소설을 ‘칙릿(Chick-Lit)’이라 부른다. 젊은 여성을 의미하는 칙(Chick)과 문학(Literature)을 의미하는 릿의 합성어다. 칙릿은 미디어나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도시 여성들의 성과 사랑, 그리고 일을 수다 떨 듯 스토리를 전개한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 '섹스 앤 더 시티', '쇼퍼홀릭(Shopaholic)'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칙릿과는 반대로, 달라진 '요즘 남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설도 나왔다. 이를 '래드릿(Lad-lit)' 혹은 '딕릿(Dick-lit)'이라 부른다. 영화 '어바웃 어 보이(About A Boy)',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High Fidelity)'의 원작자인 닉 혼비(Nick Hornby)가 래드릿의 대표 주자다. 칙릿의 여자들이 세속적 욕망 추구에 거침없다면, 래드릿의 남자들은 시류에 둔감하고 타인과 관계 맺기에 서툰 일종의 사회부적응자로 많이 묘사된다. 요즘 남성과 여성의 교차된 위상 변화를 잘 반영하고 있다.

명품을 살 자격이 없으면서 명품을 가지려고 안달이 난 여성을 우리는 된장녀로 묘사하지만 귀족녀에 당당히 맞서는 프라브(Prav)족도 있다. 프라브 족은, ‘부가가치를 자랑스럽게 깨달은 사람들(Proud Realizers of Added Value)’을 말한다. 이들은 비싸진 않아도 희귀한 패션 아이템을 갖고 있다는 것에서 뿌듯함을 느끼고 나름대로의 멋을 추구한다. 돈보다는 '안목이 우수함'을 과시하는 자부심이야말로 프라브 족의 핵심 가치이다.

명품족과 반대되는 챠브(chav)족도 있다. 이들은 품질과 디자인에서 큰 차이도 없으면서 가격만 비싼 명품을 사서 폼생폼사로 살아가는 것을 거부한다. 대신 싸고 좋은 것을 자랑스럽게 산다. 이처럼 상품에 대한 다양한 가치관, 그리고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칙릿, 래드릿, 귀족녀, 된장녀, 프라브족, 챠브족을 계속 생산해내고 있다.

플래그십 마케팅

명품 기업들은 자신만의 쇼케이스에서 모든 것을 마음대로 뽐내고 싶어한다. 그러한 쇼케이스를 플래그십(flagship) 스토어라 부른다. 전 세계의 주요 명품가에 있는 부티크가 이에 해당되는데 우리나라에는 청담동에 많이 있다.

프라다는 자신들의 플래그십 스토어를 에피센터(epicenter)라고 부른다. 지진은 지하에서 발생하는데 이 뱔생지를 진원이라고 하고 진원의 지표 부분을 진앙이라고 한다. 진앙이 바로 에피센터이다. 유행의 발상지라는 자부심 어린 표현이다. 컨템퍼러리 럭셔리를 추구하는 프라다는 뉴욕과 토쿄에 이 에피센터를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최고,최신 패션 콜렉션은 물론이고 매장 인테리어에 IT적인 요소를 최대한 접목하여 첨단 매장 컨셉을 선보인다. 물론 에피센터 건물은 램 쿨하스, 에르조그, 드 뫼롱 같은 유명한 설계자의 작품이다.

이처럼 명품 기업들은 플래그십 스토어를 통해 자신의 기업 이미지와 브랜드 이미지를 마음껏 발현하고 있는데 이를 플래그십 마케팅이라 한다. 이러한 마케팅 기법은 일반 유통업체로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뉴로 마케팅

최근 들어와 마케팅이 갈수록 과학화되고 있다. 감성 마케팅은 그동안 측정이 어렵다고 치부해왔으나 이제는 신경과학의 발달로 측정이 가능해지고 있다.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유발하는 데에 잠재의식이 작용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여 신경과학적 분석을 마케팅에 활용한 것이 바로 뉴로 마케팅(neuro marketing)이다.

뉴로 마케팅은 마케팅효과분석의 새로운 리서치 툴이기도 하다. 그 동안 광고를 비롯한 각종 마케팅 기법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효과분석이 정확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기존에는 표적집단에 대한 설문조사를 통해서 광고의 효과를 측정했다. 설문조사는 소비자 스스로가 인지하고 있는 사실만을 대답하게 된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즉 소비자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사실은 설문조사로 알아내기 어렵다. 이에 반해 두뇌 활동을 찍을 수 있는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 같은 의공학 기술의 발달 덕분에 소비자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실도 알아낼 수 있어 마케팅 효과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다. fMRI는 자기를 이용하여 뇌의 혈류변화를 측정하는 첨단 기기이다.

어떤 이유에서건 두뇌의 한 부분의 활동이 많아지면 그 쪽으로 혈류가 일시적으로 증가하게되고, 혈당과 산소공급도 덩달아 증가한다. 뇌 세포에 산소가 혈류를 통해서 공급되려면 헤모글로빈이 많아져야 하는데, 이때 산소와 결합된 헤모글로빈은 철분 이온과 결합되어 있어 철이 자기장에 영향을 준다. 이처럼 자기장의 속성을 잘 이용해서 fMRI 사진을 찍으면 자극에 대해 뇌가 분주하게 반응을 보이는 부분이 색깔로 나타난다. 양성자단층촬영장치(PET)로도 뇌활동을 찍을 수 있다.

이렇게 의공학 기술 발달 덕분에 마케터들은 종전보다 비용이 더 들지만 마케팅 조사를 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마케팅은 고객의 선택에 영향을 주는 활동’이라고 간단히 정의한다면 갈수록 고객은 기업 마케터들의 손바닥에 놓이는 처지가 될 것이다. 갈수록 주도면밀해지는 기업에 대한 고객의 반격은 어떻게 나올지 흥미롭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 이 글은 SK텔레콤 사보 [SK World]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