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Knowledge is Power

유머 중에는 나라별로 사람들이 얼마나 다른 지를 보여주는 유머가 많이 있다. 예를 하나 보자.

5개국 학생들이 모여 고공낙하를 하게 되었다. 순번대로 섰고 교관이 필요한 안전사항을 모두 가르쳤지만 누구도 쉽사리 뛰어내리지 않으려 했다. 옆에 서있던 교관이 머리를 썼다. 교관이 독일학생에게 말했다. "명령이닷, 뛰어!." 독일학생은 반사적으로 뛰어내렸다. 다음은 교관이 영국학생에게 말했다. "신사의 명예를 위해서다, 뛰어라!" 영국학생 1초의 겨를도 없이 뛰어내렸다. 다음은 프랑스 학생 차례였다. "멋지지 않은가~~~?"라고 약간 느끼하게 교관이 말하자 프랑스학생 윙크 한번을 하더니 곧장 뛰어내렸다. 다음은 일본학생 차례였다. "네 앞에 다 뛰었어, 너만 안 뛸래?"했더니 일본학생 '천황폐하 만세' 만세삼창을 부르며 뛰어내렸다.

또다른 유머를 하나 보자. 독일, 영국, 아일랜드의 고고학자들이 모여 학술 발표를 하고 있었다.
독일 과학자들은 땅 속으로 50미터 파고 들어가 작은 구리조각을 발견했다. 오랜 시간 동안 이 구리 조각을 연구한 끝에 2만년 전 고대 독일인들이 구리선으로 된 전국적 전화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독일이 가장 먼저 발표했다.

그러자 영국 정부가 발끈했다. 영국 정부에서는 과학자들에게 그보다 더 깊이 파 볼 것을 종용했다. 100미터 깊이에서 영국 과학자들은 조그만 유리조각을 발견했고, 곧 고대 영국인들은 3만년 전에 이미 전국적인 광통신망을 가지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번에는 아일랜드의 과학자들이 격노했다. 그들은 200미터 깊이까지 땅을 파고 들어갔으나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고대 아일랜드 인들이 5만년 전에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위의 두가지 유머는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을 좀 극단적으로 시니컬하게 풍자했다. 여기 유머를 통해 보건대 영국인들은 신사 이미지와 전통을 중시하는 성향이 있다. 물론 축구 훌리건처럼 폭동을 일으키는 매니아 성향의 영국인들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자본주의가 일찍이 뿌리를 내린 국가로서 세상을 자본주의적으로 바라보고 모든 것에 가격을 책정하여 거래하려는 성향이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가치를 따지기 어렵다는 미술품 거래를 보자. 미술품이 거래되는 단계는 두단계이다. 첫단계는 화가가 그린 그림이 첫 구매자에게 전달되는 1차 시장(Primary Market)이 있고, 두번째 단계는 그후 구매자와 판매자가 서로 거래를 하는 2차 유통 시장(Secondary Market)을 말한다. 본질적으로 수량이 제한되는 미술품의 경우 1차 시장에서는 갤러리가 중심이 되어 소수를 대상으로 판매되기 때문에 가격형성 과정이 불투명하다. 2차 시장 역시 불투명하게 거래되는 경향이 많았으나 경매라는 제도가 확산되면서 훨씬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투명하게 가격이 형성되기에 이르렀다.

미술품 경매 시장에서는 전 세계적인 빅2(Big2)가 있다.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바로 그렇다. 경매회사는 유럽에 300여 개, 미국에 300여 개 등 모두 600여 개가 있지만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매출의 80% 이상을 압도적으로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는 역사도 오래 되었다. 소더비는 1744년에, 크리스티는 1766년에 서적 경매를 시작했다. 소더비가 먼저 시작을 했지만 현재 매출은 크리스티가 더 많다. 그런데 이 두 회사 모두 영국 회사다. 이 세상에 많고 많은 국가 중에 왜 하필 영국 회사가 경매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일까.

첫째, 영국인들은 전통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왕정을 포기하고 공화정으로 바꾸었지만 영국인들은 왕이 힘을 잃기는 했지만 왕정 제도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전통을 무조건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잘 보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영국인들에게는 전통을 중시하기 때문에 최초의 진짜와 나중에 만들어진 가짜를 구별하는 식견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둘째, 영국인들은 세계 여러 나라의 물건들에 대해 관심이 많다. 포르투갈, 스페인, 네델란드, 프랑스에 이어 제국주의 패권을 차지했던 영국으로서는 전 세계에 돌아다니며 많은 진귀한 물건들을 많이 접하게 되어 그 가치를 아는데 익숙해졌다. 실제로 영국에 그 물건들을 가지고 와서 서로 거래하게 되었다. ‘전 세계에서 약탈한 유물들의 전시관’으로 비판을 닫기도 하는 영국의 대영박물관에는 자국의 물건보다는 다른 나라에서 가지고 온 진귀한 물건으로 더 가득 차있다. 따라서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회사가 만들어질 충분한 토양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셋째, 영국인들에게는 상당히 자본주의적 마인드가 많다. 그래서 세상의 모든 것들에 가격을 매겨서 이들을 거래하여 이득을 취하는 데 능하다. 오래된 물건을 가치 없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이에 가치를 부여하는 능력이 영국인에게는 뛰어나다.

넷째, 영국인들은 서구식 민주주의를 정립했다. 물건들을 거래하는 방식은 사실 상당히 다양하지만 그중에 경매라는 방식은 상당히 투명하게 민주적으로 거래되는 방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물건을 내놓으면 참여한 사람들이 가격을 서로 높여가며 부르다가 더 이상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으면 그 사람에게 최종 낙찰되는 방식이다. 물론 가격이 때때로 왜곡되게 책정될 수도 있지만 상당히 투명하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가격이 형성되고 구매자가 결정된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다섯째,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영국에는 탁월한 화가가 그리 많지 않다. 훌륭한 풍경화를 많이 그린 수채화가 윌리엄 터너가 있기는 하지만 영국에 탁월한 역량을 가진 화가가 희귀한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탁월한 화가는 부족하지만 전 세계의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만은 적어도 거래하자는 의지의 표현이 바로 소더비, 크리스티로 나타나지 않았을까.

미술품 경매시장이 활성화됨에 따라 아트펀드라는 금융상품도 생겼다. 투자가들이 이 펀드에 투자하면 그 돈으로 미술품에 다시 사들인 뒤 되팔아 이익을 분배하는 간접투자 형태이다. 펀우드(Fernwood) 미술품 투자회사는 크리스티 경매의 전 임원이었던 필립 호프만과 메릴린치증권 출신인 브루스 톱이 만든 펀드다.

우리나라에도 미술 경매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IMF 직후에 부도난 기업체들의 미술자산을 처분하기 위해 1998년에 만들어졌던 서울옥션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이후 시장이 전차 확대되어 2005년에 K옥션이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미술품은 그동안 첫 가격이 형성될 때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형성되어 투자 대상으로서의 매력이 많이 없었다. 하지만 보다 민주적인 방식인 경매제도가 도입되면서 미술품 유통 시장이 더 활성화되고 있다. 국내토종 경매회사가 경쟁을 거쳐 경쟁력을 갖추어 나중에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글로벌한 경매회사가 되기를 바란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www.emars.co.kr) 운영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