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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이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

상상력은 예전부터 있었던 말이지만 최근 들어와 상상력이 더욱 화두가 되고 있다. 왜 그럴까. 우선 보다 새로운 것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더 켜졌기 때문이다. 개인이나 기업들이 서로 경쟁을 많이 하다 보니 기발한 것, 특수한 것, 차별화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조직내에서 의사전달 과정이 탑다운(top down) 방식보다는 버텀업(bottom up) 방식이 많아졌다. 아래 직급 사람들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위로 올라가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에 상상력에 대한 요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셋째, 자신이 상상한 것을 구현하기가 종전에 비해 쉬어졌다.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달하여 상상한 것을 구현하는 것이 쉬어졌고 이를 뒷받침하는 자금도 풍부해졌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세밀한 비행기 설계도를 1485년에 그렸지만, 자전거 제조업자였던 라이트 형제가 ‘라이트 플라이어’라는 동력 비행기로 공중 비행이 실제로 성공한 것은 그로부터 418년이 지난 1903년에 이르러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이렇게 오래 걸리지 않아도 상상한 것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상상력과 창의력의 차이

사람들이 자주 혼동을 하는데 상상력과 창의력은 사실 다르다. 상상력은 어떤 화두가 던져졌을 때 그와 관련된 것들을 파생하여 연상할 줄 아는 능력이다. 반면에 창의력은 어떤 문제가 있을 때 이를 해결하는 능력이다. 다시 말해 상상력은 확산적 사고 능력이고, 창의력은 수렴적 사고 능력이다. 창의력이 구체성을 더 많이 띠고 있지만 상상력이 풍부해야 창의성도 풍부해진다. 여기서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같이 보기로 한다.
상상과 비슷한 말 중에 공상, 몽상, 환상, 망상이 있었다. 이 말들은 상상이라는 말의 부정적인 측면의 말이다. 왜냐 하면 쓸데 없는 것을 생각하느라 시간과 정력을 낭비한다는 어감이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명상, 역발상, 감상은 좋은 측면의 단어다.

이처럼 상상은 생산적일 수도 있고 비생산적일 수도 있어 양날의 칼을 가지고 있다. 어느 쪽으로 가느냐는 순전히 우리가 하기 나름이다. 나쁜 측면으로 보통 받아들여지는 환상도 사람에 따라 얼마든지 생산적이 될 수 있다. 명화 [키스]로 유명한 오스트리아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는 매우 몽환적인 그림으로 유명하다. 최근에 그의 작품은 미술품 경매에서 피카소 그림 가격을 훌쩍 뛰어 넘었다.

기업이 기발한 상상력을 동원한 경우

그러면 기업이 상상력을 동원한 경우를 몇가지 보자.
필자는 시카고 도심 한 거리에 위치한 한 의류 매장에서 실시한 흥미로운 가격 전략을 목격한 적이 있다. 이 매장은 윈도우에 멋진 여성용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이 전시되었는데 매일 매일 가격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일자별 가격표가 있었다. 오늘 구입하면 200달러, 내일 구입하면 160달러, 그 다음날 구입하면 120달러, 이런 식으로 해서 6일째 되는 날에는 공짜라는 것이었다. 이런 가격표를 보고서 소비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200달러는 구입하기 너무 비싸고 120달러면 살 용의가 있는 소비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가격이 120달러로 내려가는 사흘째가 되어 아침 일찍 매장에 달려갔는데 이미 그 제품은 팔리고 없을 지도 모른다. 120달러가 되면 다른 사람이 구입할 것을 예상하고 어떤 사람이 이미 구입해버리면 말이다. 이처럼 시간에 따라 가격 인하 표를 제시하는 전략은 소비자들의 경쟁심을 자극하여 비싸게 판매하는 효과를 가진다.

중국의 따렌에 있는 어떤 호텔 경우를 보자. 필자가 택시를 타고 호텔 정문에 내리자 호텔 도어맨이 문을 열어주었는데 그 옆의 다른 도어맨이 나에게 작은 쪽지를 하나 건네주었다. 어떤 쪽지였을까. 내가 탄 택시의 라이센스 플레이트 넘버였다. 혹시 내가 택시에 무엇을 놓고 내렸다면 나중에 그 택시회사로 전화를 걸면 되도록 말이다. 지구상의 어느 호텔을 갔어도 이런 사려깊은 고객서비스를 해준 곳은 이 호텔뿐이었다.

2004년에 미국에서 개봉한 영화 중에 [셀룰러(Cellular)]라는 영화가 있다. 알다시피 셀룰러란 휴대폰을 말한다. 킴 베이싱어가 여주인공으로 나오는 이 영화에서 휴대폰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긴박하게 전개된다. 여주인공이 괴한들에게 납치가 되어 괴한 집에 유폐가 되는데 집안의 부서진 유선전화를 통해 휴대폰을 가진 외부의 젊은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긴급구조를 요청한다. 따라서 영화 내내 두 사람간이 전화로 통화하는 장면이 매우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영화가 끝난 다음 감독, 제작, 배우들을 소개하는 자막이 올라가는데 그 자막들은 노키아 휴대폰의 액정 안에 담겨져 나온다. 알고 보니 전 세계 제1위 휴대폰업체인 노키아가 이 영화를 후원했던 것이다. 영화 중간에 통화를 하는 장면이 수없이 나오는데 왜 그때 노키아 브랜드는 간접광고(PPL) 식으로 노출하지 않았을까. 노키아는 지나친 간접광고가 관람객들의 영화 관람을 방해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런 배려를 한 것이었다. 어떤가. 이런 절제하는 마케팅이…

선진국이 될수록 상상력은 더욱 필요하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주요 국가들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2025년과 2050년에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 발표를 올해 초에 내놓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리나라의 일인당 국민소득이 2025년에는 전 세계 3위, 2050년에는 2위에 랭크되었다. 2025년에 우리나라보다 앞선 국가는 1위 미국, 2위 일본뿐이다. 우리나라가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모두 제친 것이다. 2050년에는 1위 미국만 한국 앞에 있다. 골드만삭스의 이러한 예측은 우리나라 의 향후 성장잠재력에 대해 우려를 많이 하고 있는 우리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런데 골드만삭스의 예측대로 우리나라가 정말 세계 정상 국가가 되려면 앞선 선진국의 기술이나 상품, 서비스, 마케팅을 모방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리 개개인 그리고 기업, 정부가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하여 상상력과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가 앞으로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핵심역량은 바로 상상력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 이 글은 SK텔레콤의 사보 SK World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