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Knowledge is Power

2005년 12월에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린 [코리올라누스(Coriolanus)]라는 연극을 봤다. 이 연극은 셰익스피어가 쓴 비극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은 연극이었다. 이번 공연이 우리나라 초연이었기 때문이다.

콜리올라누스는 기원전 500년경 로마 공화정 초기의 유명한 장군 이름이다. 플루타르크 영웅전에도 나오는 인물이다. 귀족 출신인데다 이민족과의 전쟁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워 영웅으로 추앙받고 마침내 최고권력자인 집정관으로도 거명이 된다. 귀족들의 집단인 원로원은 대찬성이고, 민중을 대변하는 호민관은 반대한다. 그 이유는 코리올라누스 장군이 민중을 무시하고 건방지다는 것 때문이다. 그래서 호민관은 민중을 선동하여 코리올라누스가 집정관이 되지 못하도록 방해 공작을 벌여 로마에서 추방해버린다.

로마에 배신감을 느낀 코리올라누스는 그전에 자신이 쳐부수었던 이민족에게 가서 로마를 같이 치자고 설득한다. 그래서 로마를 공략하기 위해 포위망을 좁혀 오는데 이에 당황환 로마는 코리올라누스의 어머니와 부인, 아들로 하여금 코리올라누스를 감성에 호소하여 설득하도록 한다. 생각보다 쉽게 설득에 성공!! 하지만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코리올라누스를 이민족은 그만 암살하고 만다. 여기서 연극이 끝난다.

요약하면, 출중한 장군이었지만 너무 귀족적이고 권위적이라 민중과 호흡을 하지 못하고 적과의 동침을 감행하다가 마침내 샌드위치가 되는 운명을 맞는다는 스토리다. 나는 이 연극을 보고나서 조직 리더십에는 추진력과 친화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추진력은 수직적인 벡터이고, 친화력은 수평적인 벡터이다. 코리올라누스는 추진력은 좋은데 친화력에 문제가 있어서 이런 비참한 결말을 맺은 것이다. 리더십 이론은 이 세상에 정말 많지만 이 연극을 보면 리더십의 중요성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 연극이 끝난 다음에는 연극 감독, 배우들과 식사를 하면서 연극에 대해 더 깊이 시간을 나눌 기회를 가졌다. 연극을 그냥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좀더 심도있게 그 연극을 이해하기에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연극에 직접 참여하고 싶은 충동도 강하게 느꼈다.

2년전쯤 서울 강남의 유씨어터에서 [나무를 심은 사람]이라는 환경 연극을 환경재단 사람들과 함께 본 적이 있었다. 장 지오노(Jean Giono)가 쓴 소설을 연극으로 각색한 것이었다.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방의 황무지에 나무를 지치지 않고 계속 심은 결과 그 황무지가 커다란 숲으로 변모했다는 스토리였다. 이 연극 역시 나무의 중요성과 식목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보여주는 데 적격인 연극이었다. 이 때 역시 연극이 끝나고서 연극 감독과 배우들과 맥주를 마시며 뒷풀이를 했는데 이 또한 이 연극을 더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연극을 본 후 나는 장 지오노의 소설을 아예 사서 정독을 했다.

그후 나는 기업이나 정부에서 강의를 하거나 방송을 할 때 그리고 여러 매체에 기고를 할 때 틈틈이 ‘나무를 심은 사람’ 연극, 소설 이야기를 이야기를 했다. 만약 재미있는 스토리 구조의 연극이 아니었다면 분명 따분하게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을 것이고 그랬다면 설득도 잘 안 될 것은 불문가지였다.

왜 문화가 중요할까. 문화는 바로 우리의 삶이고 라이프스타일이기 때문이다. 좀더 한 단계 더 들어가 문화예술은 우리의 감성을 심하게 건드린다. 더구나 연극이나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게임처럼 재미있는 스토리 구조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한다면 그 효과는 일파만파 훨씬 커진다.

’창조적 문화인(Cultural Creatives)’이라는 말이 있다. 창조적 문화인이란 세계와 생태계 그리고 사람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갖는 사람을 일컫는다. 또 평화와 사회정의를 잘 인지하고 활동에 옮기고 영성(spirituality)과 심리치료, 전체적인 실습을 통해 자기실현에 대해 개방적인 사람들이 바로 창조적 문화인이다. 조사 결과 미국의 경우 5천만 명이 창조적 문화인에 속한다. 미국 인구의 25%에 해당되는 큰 규모이다. 이들에는 환경주의자, 페미니스트, 대체의학, 내춰럴 푸드, 새로운 형태의 영적 진보가 모두 포함된다.

이 말은 사회학자인 폴 레이(Paul H. Ray)와 심리학자인 셰리 앤더슨(Sherry Ruth Anderson)이 10만 명 이상의 사람에 대한 12년간의 서베이 조사, 100개 이상의 그룹에 대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 결과 만들어낸 말이다. 이들은 1995년에 이 용어를 처음 만들어냈고 2000년에 출간된 [The Cultural Creatives: How 50 Million People are Changing the World] 책에서 이 개념에 대해 자세히 언급을 했다.

이러한 창조적 문화인 개념은 로하스(LOHAS)의 사상적 배경을 제공해주었다. 잘 알듯이 로하스란 자신의 건강만을 중요시하는 생활습관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지구의 환경과 사회정의, 자기개발,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들을 말한다. 결국 로하스는 창조적 문화인의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환경에 관심을 갖는 창조적 문화인의 비중은 앞으로 더욱 커질 필요가 있다. 이들을 확산시키는 방법으로는 여러가지를 생각할 수 있는데 역시 문화 코드에 맞추어 마케팅을 전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지금도 많이 발생하고 있는 환경문제를 고발하고 교정하는 환경 운동은 계속 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들의 뇌를 타게팅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마케팅은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문화예술이라는 좀더 부드럽고 감성적인 도구를 활용해야 한다. 문화예술적인 접근 방법은 외견상 단기적으로는 강력하게 보이지 않을 지 모른다. 하지만 스토리텔링 형태를 띤 문화예술은 환경 마케팅을 하는 데 있어서 ‘저항해도 필요없다. 우리는 진군한다’는 캐치프레이즈를 실감나게 실현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글 : (주)리드앤리더 대표 김민주

* 이 글은 환경재단이 발간하는 [Green Report](2006년 6월)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