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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데드 셍카(Oded Shenkar) 교수가 쓴 책 [중국의 세기(The Chinese Century)]를 보면 미국인들은 중국을 정말 경계하라고 거듭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아무리 경계함에도 불구하고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20세기가 미국이 세계의 강자로 발돋움하여 군림했던 시기라면 21세기는 바로 중국의 세기라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전망에 따르면 달러로 환산했을 때 중국의 GDP 경제규모는 2015년에 일본을 따라잡고 2039년에 미국을 따라잡아 세계최대경제국이 된다. 구매력 평가로 환산하면 중국은 이보다 빨라 2020년에 미국을 따라 잡게 된다.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이처럼 엄청난 속도와 가공할 추진력으로 진군하고 있다.

그런데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가전 브랜드 하면 어떤 브랜드가 생각나는가. 일본 가전으로는 소니, 도시바, 샤프, 산요, 히타치, 파나소닉, 미국은 월풀, 메이택, GE, 유럽은 일렉트로룩스, 지멘스, 그리고 우리나라는 LG와 삼성을 꼽는다. 그런데 이 세계 유명 가전 탑 리스트에 중국 가전업체인 하이얼이 들어가고 있다.

하이얼은 중국 IT 기업중에 매출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당초 주력 제품은 냉장고, 에어컨, 세탁기였으나 이제는 컴퓨터, 휴대폰, 디지털 TV까지 생산해 명실상부한 IT 기업이 되었다. 기간 산업의 국영기업을 포함하면 중국에서 매출이 16위이지만 민영기업 전체에서 매출이 1위다. 냉장고, 에어컨 같은 백색 가전만 하면 하이얼은 세계 최대이고 컴퓨터를 포함한 전체 가전에서는 세계 5위이다. 작년에는 미국인들이 자랑스럽게 자부하는 가전 기업인 메이택을 인수하려는 시도를 밝힐 정도로 하이얼은 대단히 커졌다.

지금은 하이얼그룹의 총재가 되었지만 1984년 장루이민이 하이얼 사장이 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이 회사는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었고 회사 기강도 매우 흐트러져 있었다. 하지만 구조 조정과 조직 관리, 기강 확립, 기업 문화의 쇄신으로 하이얼은 급성장을 하게 되었다. [중국 No.1 기업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책에 의하면 하이얼의 성공요인으로 8가지 비결을 꼽는다.

o 안 하면 몰라도 한다면 최고가 되어야 한다 – 탁월한 기업문화의 추구
o 내일의 목표는 오늘보다 높아야 한다 – 일일처리 일일향상을 통한 자질 관리
o 모든 사람이 인재다. 간택보다는 경쟁이 낫다 – 행동을 중시하는 인재 관념
o 먼저 시장을 확보한 후 이익을 모색하라 – 우위를 선점하는 브랜드 방침
o 자신을 부정하고 시장을 창출하라 – 변화를 추구하는 혁신 전략
o 제품이 아니라 신용을 팔아라 – 정성을 다하는 서비스
o 안으로는 기업문화, 밖으로는 시장 – 쇼크에 빠진 물고기 잡아먹기를 통한 확장 방식
o 국내에서는 유명 브랜드로 성장할 수 없다 – 어려운 일 먼저, 쉬운 일은 나중에 하는 국제화 전략

외부인들이 하이얼의 놀라운 성장을 볼 때 하이얼의 외관을 주로 본다. 하지만 하이얼은 내부적으로 기업문화를 유난히 강조한다. 하이얼은 기업문화를 세 단계로 나눈다. 첫째는 표면적인 발전 속도와 하이얼의 제품, 서비스 품질로 나타나는 물질문화다. 두번째는 제도와 행위문화이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가치관 즉 정신문화이다.

그래서 하이얼은 사내 여러 부서중에서 기업문화센터가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최고문화책임자(CCO, Chief Culture Officer)라는 말을 정식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 회사의 장루이민 회장이 실질적으로 CCO이다. 마케팅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마케팅 담당 임원에게만 맡길 수 없다는 말이 있듯이, 하이얼 입장에서는 기업문화는 너무나 중요하기 때문에 회장 자신이 이 일을 맡고 있는 것이다.

외국의 신문 기자가 장루이민 회장에게 기업에서 자신의 역할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했다. 그때 장루이민은 자신을 설계사이고 목사라고 말했다. 설계사란 기업 발전 과정에서 조직 구조를 기업 발전에 적응하도록 기획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목사란 직원들이 기업문화를 받아들여 자신의 가치와 기업 목표의 실현을 결합시키도록 끊임없이 설교한다는 말이다.

장루이민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노자의 [도덕경]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 특히 도덕경에는 ‘천하의 모든 것들은 유에서 생겨났으며, 유는 무에서 나왔다’를 언급하며 기업에서 무형 문화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한다. 지금의 하이얼은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학을 한 장루이민은 세탁기 생산업체인 홍싱 전기기구공장을 비롯하여 다른 기업을 인수할 때에도 하이얼 기업 문화의 전파를 제일 중시한다.

중국인들은 상대적으로 성실하지 않다는 약점이 있다는 지적을 많이 한다. 그런데 제조업에서 있어서 성실함은 매우 중요하다. 장루이민은 OEC라는 관리방법을 개발하여 도입했다. O는 Overall, 즉 “전면적인”을, E는 Everyone, Everything, Everyday, 즉 “모든 사람, 모든 일, 매일”을 의미한다. C는 Control and Clear, 즉 “컨트롤과 처리”를 의미한다. 종합하면 ‘오늘 사람이 매일 하는 모든 업무에 대해 전면적인 컨트롤, 처리를 실시’한다는 말이다. 이렇게 철저한 OEC 관리 방식 덕분에 하이얼은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었다.

사람들이 보통 일컫기를 중국은 10개 나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해안을 따라 6대 경제권이 있고 내륙에 4개 경제권이 있다. 해안 6대 경제권으로는 홍콩과 그 배후 광저우 등 주장 삼각주 경제권, 타이완과 푸저우 경제권, 상하이 경제권, 산둥반도 경제권, 베이징과 텐진 경제권, 그리고 다렌과 선양 등 동북3성 경제권이 바로 그것이다. 중국인은 술수에 능하고 흥정에 매우 강하다. 하지만 다른 지역 상인에 비해 하이얼이 위치하고 있는 산둥인은 신용있고 정직하기로 유명하다. 산둥인은 솔직하고 관대하고 선량하기 때문에 술수에 능하지 않다. 하이얼 같은 제조 회사가 산둥 지역의 칭따오에서 나온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 미국에 GE가 있다면 중국에는 바로 하이얼이 있다.

필자의 예측으로는 결국 21세기 세계는 화교 네트워크를 가진 중국인과 유태계 네트워크를 가진 미국간의 갈등 구조로 치닫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그동안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많이 자제를 했지만 경제 규모가 갈수록 커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갈등 구조에서 우리나라는 현명한 전략으로 생존과 번영을 꾀해야 할 것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 이 글은 기아자동차 사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