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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4위 부자, 이케아그룹의 캄프라드 회장

전 세계에서 최고 부자하면 누가 생각이 나는가. 빌 게이츠, 워렌 버펫이 생각날 지 모르겠다. 맞다. 2006년 포브스지의 발표에 따르면 이들이 전 세계의 최고 부자 1,2위이다. 하지만 4위는 280억 달러 재산을 가진 잉그바르 캄프라드이다. 스웨덴 출신의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 회장이다. 올해로 80세가 된 그가 이끄는 이케아 그룹은 세계 32개국의 202개 점포에서 9만 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고, 연간 매출액이 12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최대 가구판매업체이다.

우리는 이케아가 가구점이라고 알고 있다. 맞다. 하지만 이 회사의 창립자인 캄프라드가 1943년 사업을 시작했을 때에는 가구를 판매하는 유통 채널이 통신판매였다. 그 당시 대부분의 통신판매회사는 성냥, 펜 같은 문구류 등 소소한 생활 잡화를 주로 취급했는데 이케아는 통신판매와는 어울리지 않는 듯한 가구를 판매했던 것이다. 캄프라드는 가구 제조를 직접 하지 않았다. 대신 전문 메이커에게 발주하여 그것을 자사의 카탈로그에 실었다. 싸고 질 좋은 상품을 골고루 갖추니 소비자의 반응이 매우 좋아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 당시 가구는 상당히 비싸서 일반 대중들은 좋은 가구를 사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이를 싸게 공급하려던 캄프라드의 바램이 일단 성공을 거둔 것이다. 통신판매로 성공을 거두자 이케아는 오프라인 유통점으로 눈길을 돌렸다. 이 가구점의 특징은 크게 보아 세가지이다.

이케아 매장의 세가지 특징

첫째, 대형 점포에서 질 좋은 다양한 상품을 싼 값에 대량으로 판매한다. 대형 점포인 만큼 상품 구색이 좋아 소파, 테이블, 책장 같은 가구 외에 식기, 나이프, 포크, 조명 기구, 침대 커버, 커튼, 카펫 같은 생활용품이 많이 진열되어 있다. 이 회사가 다루는 아이템은 무려 1만 1천여 점에 이른다.

둘째, 이케아는 유통 비용을 철저히 줄인다. 이케아는 통신판매나 셀프서비스 점포를 채택한다. 점포 입지도 시내 중심가가 아니라 땅값이 싼 변두리에 대규모로 짓는다. 그리고 1950년대 직원 아이디어에 나온 것으로 납작하게 포장을 하여 판매하는 ‘플랫 패키징(Flat Packaging)’ 전략을 구사하여 DIY(DO It Yourself) 가구를 만들었다. 이 때문에 고객이 쉽게 차에 싣고 갈 수 있고, 회사는 상품 포장, 창고 보관, 배달 등에 드는 유통/물류 비용도 최대한 줄일 수 있다.

셋째, 이케아는 자사 매장을 나들이 장소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즉 고객이 물건 구입을 위해 시간과 돈을 들여 오는 장소가 아니라 시간을 보내면서 들르는 곳, 즉 쇼핑보다는 나들이를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케아에는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고 유모차도 빌릴 수 있으며 기저귀도 무료로 제공한다. 또 매장 내에 음식을 싸게 제공하는 식당이 있어 이케아 가족이라는 고객클럽 회원에게는 할인혜택을 주고 있다.

이케아 성공은 코스트 리더십, 디자인, 체험마케팅의 결과물

세계적인 기업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하이테크로 기술을 선도하는 테크 리더십, 탄탄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조직 리더십, 소비자의 의식을 장악하고 있는 브랜드 리더십도 있지만 질좋은 상품을 싸게 공급할 수 있는 코스트 리더십도 있다. 이케아는 바로 코스트 리더십의 대표 주자이다.

이케아가 코스트를 그렇게 줄일 수 있는 이유는 가구 컨셉과 디자인 설계는 이케아 자사에서 하지만, 제조는 외부의 제조회사에 위탁을 시키기 때문이다. 나이키처럼 그야말로 마케팅 컴퍼니(Marketing Company)인 것이다. 이케아는 자신이 원하는 디자인의 가구를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는 제조업체들을 선정하여 발주를 한다.

스웨덴을 포함한 북유럽에는 독특한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으로 유명한 기업이 많다. 앱솔루트 보드카, 패스트 패션으로 유명한 H&M이 스웨덴 기업이고 이케아도 스웨덴 기업이다. 이케아는 단순하면서도 모던하고 튼튼하고 실용적인 디자인 제품을 값싸게 대중에게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장식적인 요소가 적은 미니멀리즘(Minimalism) 디자인과 기능성을 강조하는 어거노믹(Ergonomic) 디자인의 가구가 많다.

또 이케아는 가격과 디자인으로만 소비자에게 호소하지 않았다. 매장을 쇼핑 공간이 아니라 나들이 공간으로 포지셔닝을 하여 소비자에게 다양한 체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가족 소비자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 점유율에는 시장 점유율, 마음 점유율이 있지만 시간 점유율도 있다. 소비자의 시간을 가장 오랫동안 빼앗으면 결국 소비자의 지갑에서 가장 많은 돈을 꺼낼 수 있다는 사실을 이케아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비즈니스 위크’잡지에 따르면 전세계 ‘이케아’ 매장을 찾는 인파는 4억1천만 명, 2006년도 카탈로그는 1억6천만 권이 나갔다. 베스트셀러인 ‘빌리’ 책장은 1978년 이후 3,200만 개가 팔려나갔다. 그래서 한번 이케아에 오는 손님은 평균 85달러를 쓴다. 이러한 실적은 모두 코스트 리더십, 실용적이고도 독특한 디자인, 다양한 체험 마케팅의 결과물이 아닐까.

사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가구를 집에서 직접 조립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집에 공구도 부족하고 여유 시간이 부족하여 가구 조립을 귀찮게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주5일제 근무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고, 가구 조립을 창의적인 취미 활동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고 있다. 이처럼 DIY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이므로 이케아도 우리나라에 조만간 진출할 예정이다. 전 세계 사람들이 열광하는 컬트(cult) 브랜드가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우리 가구업체에 과연 어떤 지각 변동을 일으키는지 한번 지켜보자.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겸 이마스(emars.co.kr) 운영자

* 이 글은 KTF 사내보인 Good Time Cafe (2006년 4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