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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전쟁]이라는 영화가 있다. 로즈(Rose)라는 성을 가진 부부가 결혼 초기에는 관계가 매우 좋았으나 점차 관계가 나빠지면서 엽기적인 방법으로 상대편을 곤경에 빠뜨리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급기야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는 부부가 천장의 샹들리에서 매달려 있다가 바닥에 떨어져 죽게 되는데 이때에도 부부는 서로 손 잡는 것을 거부하면서 영화가 끝난다. 영화 속 부부는 정말 엽기적으로 행동하지만 이를 본 관객들은 섬뜩해 하는 한편 즐거워하기도 한다. 전형적인 블랙 코미디 영화다.

우리에게 그리 친숙한 단어는 아니지만 ‘bizarre’라는 영어 단어가 있다. ‘비자~’라고 읽는데 비슷한 영어 단어로는 weird, grotesque, unusual, extraordinary, eccentric이 있고, 반대말로는 normal(정상적)이 있다. 그럼, 우리나라 말로는 어떤 표현이 적절할까. 엽기적, 기괴한, 괴상한, 기묘한 등으로 표현할 수 있겠다. ‘엽기적인 행동’이라고 할 때 우리는 엽기란 어떤 뜻인지 잘 안다.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를 본 분들은 엽기적인 행동이 어떤 것인지 잘 이해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bizarre marketing, 그러니까 엽기 마케팅이 뜨고 있다. 도대체 어떤 마케팅일까. 우선 엽기적인 광고 예를 하나 들어보자. 뉴욕시에 택시가 시내를 돌아 다니는데 차 트렁크 밖으로 사람의 팔이 하나 달랑달랑 걸린 채 돌아다닌다. 손가락에는 반지도 끼여 있다. 행인들의 눈이 그쪽으로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트렁크 부근의 범퍼에는 ‘소프라노스’와 HBO 로고가 보인다. 케이블TV HBO 방송이 마피아 두목의 일상을 다룬 인기 미니 드라마 시리즈 ‘더 소프라노스(The Sopranos)’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이 팔은 사람의 팔이 아니라 마네킹이다.

또 이런 예도 있다. 패션 브랜드인 리바이스 엔지니어드 진 TV 광고 ‘트위스트’편을 보면 청바지를 입은 남자의 머리가 목위에 있지 않고 손 안에 들려 있다. 달려가고 있는 개의 입에는 잘린 손이 물려 있었다.

또 청량음료인 세븐업 광고도 엽기적이다. 세븐업을 마시면 탁 쏘는 느낌이 강렬하여 입밖으로 쑥 내민 혓바닥이 선인장처럼 묘사되어 있다. 이 광고를 보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지만 크리에이티브(creative)하다는 생각은 물씬 든다.

우리나라에서도 엽기적인 마케팅이 있었다. 바이엘 헬스케어사는 발기부전치료제인 레비트라를 마케팅하기 위해 의료인 대상으로 CD를 만들었다. 이 CD에는 레비트라 걸이 나오는데 명령어가 500개 입력되어 있는 상황에서 의료인들이 무작위로 명령어를 입력하면 이에 맞는 춤이나 노래, 엽기 같은 동영상이 나온다. 이 회사는 레비트라 걸이 붕어를 직접 입에 넣는 엽기적인 퍼포먼스도 보여주었다.

국내의 서울우유는 요쿠르트 신제품을 홍보하기 위해 3명의 누드 모델이 나와 행사를 벌인 적이 있다. 누드 몸에 흰 밀가루를 바르고 나온 모델들이 스프레이로 요쿠르트를 뿌리자 누드가 드러난 것이었다. 퍼포먼스 형태의 행사였지만 약간은 에로틱하고 약간은 엽기적인 스타일로 행사가 진행되었다. 물론 미디어는 앞다투어 이를 알려 홍보 효과는 좋았지만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고 말았다. 예술과 마케팅의 경계, 에로스와 엽기의 경계가 모호했던 상황이었다.

기업들은 왜 엽기 마케팅과 엽기 광고를 하는 걸까. 한마디로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엽기성이 사람들로 하여금 센세이셜리즘을 불러 일으키고 이것이 화제가 되어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대행사들은 사람들에게 브랜드의 화제 가치를 올리기 위해 엽기적인 광고와 마케팅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특히 요즘은 젊은 소비자들이 새롭고 독특한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입소문이 날 가능성은 더욱 크다.

하지만 엽기 마케팅을 할 때에는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과거에 패션 브랜드 베네통이 사회통념에서 너무 벗어나게 도발적인 광고를 펼친 적이 있었다. 백인종, 황인종, 흑인종의 피부색깔은 달라도 심장은 다 똑같이 생겼다는 보여준 사진 광고를 싣기도 했다. 또 1993년 에이즈의 날에는 파리 콩코드 광장에 있는 오벨리스크에 큰 콘돔을 끼우기도 하였다. 지나치게 도발적인 광고와 마케팅에 소비자들은 분노를 하고 또 식상해했다. 베네통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사진작가 올리비에로 토스카니를 경질했으나 이미 때는 늦었다. 지나친 엽기 마케팅으로 인해 베네통의 전성기가 끝나버렸던 것이다.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인 디젤(Diesel)은 사회적인 이슈를 패러디한 광고로 유명하다. 이 브랜드는 사실 파격적이고 키치적인 광고 덕분에 성공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예를 들면 유명한 얄타 회담은 근엄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디젤의 광고에서는 2차 대전 승전국 지도자들이 여자를 옆에 끼고 흥청망청 여흥을 즐기는 룸살롱 분위기로 바꾸어버렸다. 베네통과는 달리 디젤의 이러한 도발적 행위는 아직 잘 먹히고 있다.

먹는 것을 가지고 엽기 마케팅을 하면 어떨까. 미국의 10월 명절인 할로윈 데이에 호박을 무섭게 만드는 것도 엽기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의 몬도가네식 식당도 그러한 범주안에 들어간다. 최근 미국에서는 사탕에 벌레를 넣어 판매하는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여러가지 트렌드를 감안할 때 엽기 마케팅은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다른 업종과는 달리 먹고 마시는 제품의 경우에는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식음료 분야에 있어서는 엽기 마케팅을 조심스레 구사해야 할 것이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 이글은 오리온그룹 사보(2005년 9월호)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