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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 마케팅이란 영어로 레트로 마케팅(Retro Marketing)이라 한다. Retro란 ‘거꾸로’라는 의미이니 과거로 돌아간다는 회귀를 의미한다. 따라서 복고 마케팅은 과거의 것을 다시 유행시키기 때문에 리바이벌(revival) 마케팅 혹은 과거를 연상케 하기 때문에 추억 마케팅, 향수 마케팅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아무튼 복고 마케팅은 크게 볼 때 우리의 감성에 호소한다. 즉 감성 마케팅의 한 종류인 것이다. 과거의 상품을 그대로 살려내어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지만 현대적 감각에 맞추어 상품 자체나 패키지를 약간 변형하여 판매하는 리마케팅(remarketing)이 있는데 이 또한 복고 마케팅의 일환이라 할 수 있다.

복고 마케팅은 일반적으로 장수 브랜드가 많이 활용하는 기법인데, 산토리와 베스파 사례를 중심으로 보기로 하자.

산토리 위스키의 광고

일본에는 산토리라는 유명한 위스키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영국의 스카치 위스키만을 많이 알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1929년부터 출시되기 시작한 산토리가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발휘하고 있다. 산토리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자 1963년에는 아예 회사 이름을 산토리로 바꾸기도 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위스키에는 두개의 장수 브랜드가 있다. 1937년과 1950년에 각각 출시된 산토리 각병(角甁)과 산토리 올드가 바로 그것이다. 브랜드가 오래 되다 보면 구매층이 부모 세대에서 자식 세대로 오다가 단절될 수가 있다. 그래서 병에 각이 진 산토리 각병은 이런 식으로 라디오 광고를 했다.

아버지는 매일 밤 위스키를 마셨다. 산토리 각병을 마셨다.
글라스로 두 잔, 석 잔.
그 당시 소박한 생활 속에서도 각병은 아버지에게 진기할 정도의 사치였다.
"멋있는 자전거를 갖고 싶어요" 어느 날 난 아버지를 졸랐다.
멋지게 번쩍이는 자전거는 1만6천 엔.
당시 아버지 월급의 반을 넘었을 게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아주 오랫동안 위스키를 끊었다.
그 빛나는 자전거와 맞바꾼 격이 된 아버지의 위스키를 나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아버지의 위스키, 지금은 나의 위스키 - 산토리 각병.
이 광고를 보다 보면 산토리 각병이 세대를 걸쳐 마실 정도로 오래된 브랜드이고, 또 아버지가 왜 산토리를 끊게 되었는지를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산토리의 또다른 장수브랜드인 산토리 올드의 광고를 보자.

길가에 한 여자가 고장난 자전거를 고치고 있다.
남 : 저어 고쳐드릴까요? 안녕하세요?
여 : 아, 안녕하세요? 미안해요, 운도 없죠
남 : 아뇨, 전 운이 좋은데요
여 : 네?
남 : 아, 아무 것도 아닙니다
나레이션 : 사랑은 먼 옛날의 불꽃놀이가 아닙니다.

이 광고는 산토리 올드(Old)의 ‘Old is new – 사랑은 먼 옛날의 불꽃놀이가 아니다’라는 시리즈 광고 중 하나이다. ‘올드’는 출시된 지 50년이나 지나 이름 그대로 ‘오래된’ 브랜드이지만 이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신세대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하였다. 이 시리즈는 도시락을 파는 가게에서의 점원과 손님 사이, 회사의 상사와 여직원 사이에서 잠깐 벌어지는 야릇한 대화를 보여주면서 새로 부상한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했다.

베스파의 복고 마케팅

1953년작 영화 <로마의 휴일>을 보면 오드리 헵번과 그레고리 펙이 아담하고 디자인이 깔끔한 스쿠터(scooter)인 베스파(Vespa)를 타고 로마의 콜로세움을 한 바퀴 도는 장면이 나온다. <로마의휴일> 영화 덕분에 일약 스타가 된 베스파는 1960년대, 1970년대 유럽을 넘어서 북미 지역으로까지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그런데 주목할 만한 사실은 베스파가 영화에서 간접광고에 단순히 나오는 소품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영화속의 스타 배우들이 마치 애완동물처럼 매우 아끼는 물건으로 나온다. <로마의 휴일>에서도 그랬고, <콰드로페니아>에서도 베스파는 등장인물들에게 목숨보다 더 소중한 존재였다.

이와 같은 영화 속 간접광고와 스타 마케팅 덕분에 베스파는 북미 지역에서 최근까지도 굉장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데 캐나다에서는 배기가스 관련 법이 강화된 1986년 이후 생산이 중단되었다. 하지만, 2000년에 신 모델을 출시하면서 시장 진출을 재시도했다. 미국에서도 마찬가지로 1985년에 스트로크 엔진의 규제 때문에 미국 시장에서 퇴출되었다가 2000년에 미국 시장에 재진출하면서 바로 성공을 이뤄냈다. 이 때 과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광고를 했음은 물론이다. 베스파는 재시판 2년 만에 미국에서 돌아다니는 스쿠터의 20%를 차지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1946년에 첫 출시된 베스파는 1951년부터 이탈리아에서 베스파의 날을 만들어 베스파를 타는 사람들 즉 베스피스타(Vespista)가 모이는 게릴라 마케팅을 벌였다. 이 이벤트에 무려 2만 명이 모여들었다. 이들에게 있어서 베스파를 탄다는 것은 미국인이 할리 데이비슨 모터 사이클을 타는 것처럼 ‘자유를 만끽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더 쉽게 해 나간다’라는 의미였다.

이와 같은 게릴라성 이벤트는 미국에서도 행해졌다. 일년에 한 번씩, 수백 명의 베스파 소유주들이 한데 모여 뉴욕의 맨해튼 거리를 무리지어 달리는 행사가 열린다. 시판이 재개되었던 2002년 여름에 베스파는 미남 미녀들로만 수십 명을 뽑아서 베스파 스쿠터를 타고 LA와 휴스턴의 거리를 활보하게 했다. 멋진 이탈리아 모터 스쿠터인 베스파는 자유라는 낭만적인 이상을 연상시키고 베스파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로마의 휴일＞의 이미지를 만끽했다. 이 게릴라 이벤트를 지켜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 무리에 동참하고 싶다는 느낌을 솟구치게 했음은 물론이다. 영화에서 보았던 이미지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것이다.

복고 마케팅을 할 때 유의점

모든 기업의 상품 기획자들은 신상품을 내면서 히트상품이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히트상품이 되면 이들 제품이 장수 브랜드로 이어져 나가기를 원한다. 하지만 장수 브랜드가 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경쟁자들의 도전이 치열할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다른 신상품에 관심을 옮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질은 크게 바뀌지 않으면서 장수 브랜드로 남는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구나 세대가 바뀔 정도로 오랫동안 브랜드가 지속되는 경우에는 구세대도 붙잡고 신세대로 붙잡으려다 보면 둘다 놓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미국 GM에는 여러 브랜드가 있지만 오래된 모델인 캐딜락과 올브모빌은 이러한 세대 교체에 실패한 경우다. 올즈모빌은 이름 자체가 ‘오래된 자동차(oldsmobile)’이어서 더욱 그랬다. 젊은 층에 어필하기 위해 인터넷 마케팅에 많은 돈을 투여하기도 했지만 결국 생산을 중단하고 말았다.

이처럼 복고 마케팅은 오래된 브랜드의 생명력을 끊임없이 유지하는 마케팅 전략이다. 혹은 과거에 출시되어 인기를 끌었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생산이 중단되었다가 다시 출시하는 경우에 구사하는 마케팅이다. 또 불황기에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기에는 마케팅 비용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브랜드 인지도가 좋은 장수 브랜드를 다시 재활성화하려고 할 때 좋은 마케팅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거 이미지를 그대로 유지하여 소비자에게 전달만 한다고 하여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현재의 강력한 경쟁 브랜드들을 이겨내려면 경쟁사에 못지 않은 품질로 개선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과거에 출시되었던 식품에는 환경 유해 물질이 많았다 하더라도 이제 출시되는 식품에는 환경 유해 물질이 당연히 제거되어야 한다. 그리고 상품과 패키지 디자인도 과거 디자인에 비해 눈에 크게 띄지 않더라도 현대적 디자인으로 성형 수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한마디로 말해 복고 마케팅은 과거 이미지를 그대로 살리되 현대적 감각에 맞도록 터치를 가해야 효과적이다.

글 :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

* 이글은 대홍기획 사보(2005년)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