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적 인수합병 인자가 기업문화가 된 아르셀로미탈 (2013-02-05)


 
  세계 경제에서 인도의 비중이 급속히 커지고 있다. 걸출한 인도 기업가도 많이 등장하고 있다. 전기와 마실 물도 충분치 않았던 인도의 작은 마을인 사둘프르에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철강 산업에 뛰어든 락슈미 미탈(Lakshmi Mittal)은 이제 세계 1위 철강기업인 아르셀로미탈(ArcelorMittal)의 회장이자 CEO가 되었다. 그는 2010년 포브스에서 발표한 슈퍼 리치 6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의 이름 락슈미는 힌두 신화에 나오는 부와 번영의 여신인데, 아마도 이름이 적중한 듯 하다.



인도 카스트 체제에서 상인 계급인 바이샤(평민)에 속한 락슈미 미탈은 캘커타에 있는 명문 세인트자비에르 대학(St. Xavier's College)을 졸업한 후에 아버지가 운영하던 조그만 철강 회사에 입사하여 몸소 배우면서 조강능력 5만 톤인 소규모 철강업체를 어떻게 하면 더 키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



그는 사업환경 조사를 위해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면서 그 지역이 값싼 노동력과, 풍부한 자원, 지리적 이점이 있음을 알고 처음으로 6만5천 톤 규모의 부도난 공장을 인수한다. 미탈은 인수 후에 회사명을 아버지 회사인 이스팟(Ispat)의 해외지사 형태인 이스팟 인도(Ispat Indo)로 바꾸고 실적을 높여간다. 이후 철강을 만드는 원료의 가격 변동이 경영상의 위기 요인이 되자 원재료를 공급하던 트리니다드토바고의 국영철강회사인 이스콧 스틸(Iscot steel)을 1989년에 인수하게 된다. 인수 당시 이 회사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었으며 가동률이 30%에 불과해 하루 1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였으나 미탈은 인수 1년 만에 이 회사를 흑자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한다.



이처럼 미탈은 부실기업 중에서도 국영 철강회사들을 주로 인수 대상으로 삼았으며 싼 값에 매입함과 동시에 정부 지원까지 받아내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1992년에는 멕시코의 3위 국영철강회사인 시발사(Sibalsa)를 같은 방법으로 사들여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그는 ‘구조조정의 달인’이라는 별명을 듣게 된다. 연이어 1994년에는 캐나다 4위의 시드벡도 인수한다.



1995년에는 카자흐스탄의 국영 철강회사 카르메트를 인수한다. 연간 철강 생산량 600만 톤의 거대한 제철소였던 이 회사는 경제 불황으로 수요가 급감하고 설비마저 노후하여 가망이 없어 보여 주위 사람들은 이 회사 인수에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미탈은 카자흐스탄 시장 자체보다 이 나라와 인접해 있는 중국을 내다보고 과감하게 이 기업을 헐값에 사들였다.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향후 철강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기 때문이다. 카르메트 역시 인수 후 1년 만에 흑자를 보게 되었으며 늘어가는 중국의 빌딩만큼이나 회사의 수익도 쑥쑥 늘어났다.



이후 주식공개로 많은 자본금을 획득한 그는 더욱더 거침없이 망해가는 철강업체들을 사들이기 시작한다. 1998년에는 미국 6위 철강업체인 인랜드(Inland)를 시작으로 알제리의 알파시드, 루마니아의 시덱스, 체코, 폴란드의 철강업체들을 인수하였으며 2004년에는 미국 최대 철강업체인 ISG(International Steel Group)을 인수하여 연간 생산 5천만 톤 규모의 미탈스틸(Mittal Steel)로 상호를 변경하게 된다.



하지만 미탈은 세계 1위로도 만족하지 않고 세계 2위 철강업체인 룩셈부르크의 아르셀로(Arcelor)도 인수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미탈이 2위업체인 아르셀로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하자 유럽의 정부와 정치인들은 크게 반발한다. 자칫 보호주의와 인종차별 문제로 흐를 수 있는 이 상황에서 미탈은 철강업체들이 많으면 협상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적극 홍보하고 동시에 인수가격을 주당 225달러에서 49% 늘어난 333달러를 제시해 결국 인수에 성공했다. 이로써 2006년 아르셀로미탈이라는 철강 업계의 거대 공룡이 탄생하게 된다. 합병 후 생산량이 두 배로 껑충 뛰었음은 물론이다.



아르셀로미탈의 기업문화는 지치지 않는 왕성한 인수합병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아르셀로미탈이 용광로 하나 직접 짓지 않고 세계 1위 철강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부실해진 철강회사를 낮은 가격에 사서 구조조정 및 혁신을 통하여 알짜배기 회사로 만들었다. 20여 개국에 시설을 가지고 있는 아르셀로미탈은 아메리카, 아프리카, 그리고 유럽에서 철강분야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러시아에서는 2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에서도 빠르게 성장했다.



아르셀로미탈의 2011년 9,720만 톤의 철강을 생산하여 940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직원 수는 26만 명에 이르고 있다. 매출 기준으로는 2012년에 포춘지가 선정하는 글로벌 기업 순위에서 70위에 랭크 되어 있다. 지역별로 매출 발생 지역을 보면 유럽연합이 37%로 가장 많고, 유럽연합이 아닌 유럽국가, 아시아, 북미가 각각 16%, 16%, 14%를 차지하고 있다. 중남미와 중동에서도 일정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룩셈부르크에 본사가 있는 아르셀로미탈은 룩셈부르크에서 직원이 가장 많은 기업이다. 본사는 룩셈부르크에 있지만 락슈미 미탈 회장이 주로 있는 런던 사무소에서 주요 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미탈 가족의 지분율은 40%나 되기 때문에 지배구조는 안정적이다.



아르셀로미탈은 그동안 활발한 인수합병을 하느라 부채가 늘었고 또 최근 세계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조업이 줄어들면서 부채는 2012년에 220억 달러에 달하고 있다. 그래서 아르셀로미탈은 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있다. 2012년 말에 포스코와 차이나스틸로 이루어진 컨소시엄이 북미 최대 규모인 캐나다 철강석 단지의 지분 15%를 아르셀로미탈로부터 매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세계 철강 시장점유율 10%로 업계 1위인 아르셀로미탈은 추격자인 중국의 헤베이그룹, 바오스틸 그룹, 그리고 한국의 포스코를 2배 수준으로 따돌리고 있다. 세계 경기가 다시 호전되면 아르셀로미탈의 유전자에 담겨 있는 공격적 인수합병 본능이 언제 다시 나타날지 모른다.



2012년 런던 하계 올림픽을 기념하기 위해 런던 스트랫퍼드의 올림픽 공원에 세워진 아르셀로미탈 오빗 타워가 세워져 있다. 인도 출신 아티스트인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는 바벨탑에서 영감을 받아 이 구조물을 설계했는데 앞으로 런던 시민은 물론 방문객들은 이 타워를 통해 아르셀로미탈의 존재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